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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Nov 04. 2021

<욕의 미학>

‘숭고한 고집’이 있어야 한다.

<욕의 미학>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욕’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 선거에 나온 이들의(일부) 말치레를 볼작시면 그야말로 ‘말을 헛씹는다’는 속담이 제격이다. 정치인(일부)이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도 되는 양 패거리를 짓고 떼거지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제 먹을 것을 탐하는 정치판이 꼭 난장판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이 난장판을 일거수일투족 제 입맛 따라 온종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작태는 어떠한가. 차마 두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참극으로 생각 있고 입 있는 자라면 정녕 ‘육두문자(肉頭文字)’를 비거 비래(飛去飛來)할만하다.


이렇게 욕이 나오는 이유를 김열규 선생은, “세상이 중뿔나게 가만히 있는 사람 배알 뒤틀리게 하고 비위 긁어댄 결과 욕은 태어난다. 욕이 입 사나운 건 사실이지만 욕이 사납기에 앞서 세상 꼴이 먼저 사납다. 꼴같잖은 세상!”(김열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사계절출판사, 1997)이라고 욕의 출생부를 정리해 놓았다.


사전을 뒤져보니 ‘욕을 먹고살아야 오래 산다’ 거나 ‘욕이 사랑’이라는 등 꽤 여럿이 등재되어 있다. 의미 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그렇다면 가히 욕의 미학(美學)이다.


사실,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은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도 다를 바 없으니 참 낭패다. 읽는 이들께서 듣고 싶다면 대략 이러하리라.


‘정치한답시고 나라말아 먹는 분들 모가지를 뽑아 똥장군 마개로 하시고, 사업한답시고 제 배만 채우는 분들 염병에 땀구멍 막히소서. 저만 잘났다고 설치는 분들 아가리로 주절대는지 똥구멍으로 말하는지, 돈 많다고 돈 없는 사람들 깔보는 분들 복날 개 잡 듯하고 학맥, 인맥으로 알음알이 당신들의 천국만 만드는 분들 벼락을 나이대로 맞아 뒈지소서.


참, 면구(面灸)스럽지만 조금은 시원한 것을 보니 욕의 말 요술이, 아니 욕의 미학이 여간 아닌 듯싶다.


‘나랏님 없는 데선 나랏님 욕도 한다’는 속언도 버젓이 있다. 욕을 고깝게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 발전과 수양을 위해서 소중히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욕이 금인 줄 알아라’도 파리 대가리만한 글자로 국어사전에 적바림되어 있으니 곰곰 짚어 볼 일이다.


끝으로 평생 동안 절개를 지닌 <논개>의 시인 변영로 선생의 정치인상을 적바림 해둔다. 혹 어느 정치인이 이 글을 읽으면 꼭 실천하기 바란다.


“정치는 미봉(彌縫, 임시변통)의 소산이 아니다. 대정견(大定見, 큰 일정한 주장)이 있어야 하고 대이상(大理想, 큰 이상)이 있어야 하며 ‘숭고한 고집’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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