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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r 25. 2022

<정글>, 그리고 망자

망자에게 나는 그렇게 하나의 '정글'이요

<정글>, 그리고 망자


<정글>, 실화를 영화로 하였다. 네 명이 정글로 들어가 두 명이 살아남았다. 돌아오지 않은 두 명의 이야기는 모른다.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들의 인생은 그렇게 ‘알 수 없음’으로 끝났다.


영화는 남은 두 명을 따라잡았다. 정글 속에서 혼자만의 고독, 수많은 환상, 살려는 집념, 그리고 늪에 빠졌을 때 한 줄기의 가녀린 나뭇잎, 그리고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은 한 명의 친구가 줄거리의 전부다.


이 세상 또한 저 정글과 다를 바 없다. 살아남아야만 인생이 이어지고 각자의 이야기가 남는다. 그러려면 한 줄기 연약한 잎, 그러려면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한 줄기 잎과 단 한 사람을 만든 게 아니란 점'이다. 잎은 거기에 있었고 내가 딱히 베풀지 않았는 데도 그 사람이 믿어주었다는 기적 같은 사실이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기적 같은 사실'이고 그 누가 나에게 '기적 같은 사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기적 같은 사실을 누구나 원한다는 것밖에.

그렇지 않다면 나의 인생도 그렇게 ‘알 수 없음’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오늘 초등학교 동창생이 망자(亡者)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따뜻한 미소, 수년 간 친구들에게 아침 편지를 보낸 녀석, 동창들의 애경사에 꼭 자리를 지키는 녀석 정도이다. 자식들은 아버지 유골을 바다에 뿌리겠다고 담담히 말한다. 망자에게 나는 그렇게 하나의 '정글'이요, '알 수 없음'일 뿐이다. 석호!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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