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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r 28. 2022

글쓰기에서 관찰이란?

관찰에는 이야기가 있다.

글쓰기에서 관찰이란?    


<이부탐춘(嫠婦耽春)>∥신윤복(申潤福, 1758~?)


관찰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부’는 과부요, ‘탐춘’이란 봄의 경치를 구경함이다. ‘과부의 봄 구경’ 쯤 제목을 붙인 그림이다. 그러나 화면에 펼쳐진 정경으로 미루어 ‘탐춘’이란 ‘남정네를 그리워함’ 정도의 은유가 더 적절하다. 양반가임을 틀림없는 좌측 기와 인 담장 위에 벚꽃이 난만하니 춘흥이 도도한 때이렷다. 

그리하여 저 가채를 틀어 올리고 소복을 입은 한창나이 과부, 상중喪中이건만 봄 정취를 이기지 못해 옆의 댕기머리 계집아이 손을 끌고 뒤꼍으로 나왔나 보다. 

그때 수캐란 놈이 저 수챗구멍으로 들어와 암캐를 찾아서는 막 흘레를 붙느라 여념이 없다. 상중 여인은 아예 큼지막한 소나무 중동을 타고 앉아 빤히 바라보며 푼더분한 얼굴에 배시시 웃음 웃는다. 


야릇이 두 발 벌린 모양새로 보아 그 마음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는데, 중동끈 잔뜩 조른 댕기머리 저 계집아이는 발개진 얼굴로 뽀로통하니 “남우세스러우니 가세요.”하며 과부의 치마폭을 꼭 옴켜쥐었다. 허나 눈을 둔 것으로 보건대 금방은 가지 않을 것 같다.


여인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지만 참새 씨 부처도 저기 마당 한 귀퉁이 떡하니 내려앉아서는 여봐란듯이 짝짓는다. 두어 뼘쯤 위에서 내려다보는 ‘외로워라 이 내 몸은-’을 짹짹거리는 저 참새는 아마도 과부인가 보다. ‘과부가 되었다’는 비극보다 ‘과부로 산다’는 슬픔이 더 아리던 시절, 억압받는 ‘과부의 성性’에 관한 흥미로운 그림이다.


 그런데 춘흥을 이기지 못한 과부, 오늘 밤 어찌 잠자리에 들꼬. 혹 댕기머리 계집아이 코 고는 소리 들으며 불난 가슴 자리끼로 잠시 속여 두고 긴긴밤 한 허리에 이러한 노래나 걸지 않았을까 한다. 


       … 애고 답답 내 팔자야 가소롭다 가소롭다

          청산녹수 원양새야 교태마다 보기 싫다

          교태하는 네 거동을 내 차마 못 보겠다

          노고지리 높이 뜨고 채양 바자 쟁쟁 울 제

          해는 어이 더디 가노 한숨쉬기 병이 되고

          오동 금정 떨어지니 밤은 어이 그리 긴고…. 작자미상의 <청춘과부가> 한국고전문학전집, 가사3, 양우당, 1982, pp. 440~441중,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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