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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평전>을 읽다가

'작은 독기'는 아직 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by 휴헌 간호윤

노신의 「반하소집」에 이런 대목이 눈길을 잡는다.


독기를 품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독기를 글로써 형상화하는 것은 작은 독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멸시는 무언無言이다. 더 좋은 것은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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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평전> 저자:임현치/출판:실천문학사/발매:2006.04.24.


독기(毒氣)를 품는다는 것, 참 사납고 모진 일이지만 팍팍한 세상살이 살아내자니 독기 한 움큼 품고 싶다. 그도 깜냥이 꽤 있어야 한다. 독기는커녕 여드레 삶은 호박 같은 삶을 안 날, '작은 독기'라도 갖고 싶었다.


선생이 되었을 때 남부럽지 않은 열정이 있었다. 이 열정으로 학문에 덤벼들었고 글을 썼다. 저 이가 말하는 작은 독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무언'과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독기'는 꿈결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늘 독기를 품었다. 귀거래사를 읖을지도 안연처럼 안빈낙도를 즐기지도 굴원처럼 멱라수를 찾지도 못한다. 독기 품은 봄은 어제 이미 와있다. '작은 독기'는 아직 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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