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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r 31. 2022

<노신 평전>을 읽다가

'작은 독기'는 아직 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노신의 「반하소집」에 이런 대목이 눈길을 잡는다.


독기를 품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 독기를 글로써 형상화하는 것은 작은 독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멸시는 무언無言이다. 더 좋은 것은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것이다.


         


<노신 평전> 저자:임현치/출판:실천문학사/발매:2006.04.24.


독기(毒氣)를 품는다는 것, 참 사납고 모진 일이지만  팍팍한 세상살이 살아내자니 독기 한 움큼 품고 싶다. 그도 깜냥이 꽤 있어야 한다. 독기는커녕 여드레 삶은 호박 같은 삶을 안 날, '작은 독기'라도 갖고 싶었다. 


선생이 되었을 때 남부럽지 않은 열정이 있었다. 이 열정으로 학문에 덤벼들었고 글을 썼다. 저 이가 말하는 작은 독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무언'과 '눈동자조차 굴리지 않는 독기'는 꿈결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늘 독기를 품었다. 귀거래사를 읖을지도 안연처럼 안빈낙도를 즐기지도 굴원처럼 멱라수를 찾지도 못한다.  독기 품은 봄은 어제 이미 와있다. '작은 독기'는 아직 내 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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