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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Mar 01. 2023

<아산(啞山)과 아시(啞詩)>

글이되 글이 아닌 글


<아산(啞山)과 아시(啞詩)>


서유구 선생의 농학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로 집대성되지만, 그 이전에도 기초적 연구로서 농업 기술과 농지 경영을 주로 다룬 『행포지(杏浦志)』, 농업 경영과 유통 경제의 관련에 초점을 둔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 농업 정책에 관한 『경계책(經界策)』등이 있다. 선생의 글은 실생활과 관계되어서인지 생동감이 있다. 젊은 시절 지은 『풍협고협집』「금릉시서」를 보면 이를 알만한 낱말을 만난다. 「금릉시서」는 좌소(左蘇山人)으로 알려진 선생의 형 서유본의 『금릉시초』에 붙인 서문이다.(‘좌소(左蘇)’는 경기도 장단(長湍)의 옛 이름이다. 이곳에 서씨 일족의 농토가 있었다.)



선생은 이 글에서 ‘아산(啞山,벙어리 산)’과 ‘아시(啞詩,벙어리 시)’라는 비평어를 만들었다. 아산은 돌도 없고 흐르는 물도 없다. 그러므로 활기 없는 벙어리산[아산]이다. 따라서 아시는 선인들의 시나 모방하고 아로 새기고 꾸미는 수식에만 치우친 활력 없는 죽은 시를 가리킨다. 이러한 시를 ‘흙인형에 옷을 입히고 관을 씌어서 말하기를 구하는 격’이라한다. 


선생은 이 글에서 형님의 시는 아시가 아니라며 “충충약청천 종석하병사(漴漴若淸泉 從石罅逬射, 도로릉도로릉 맑은 샘물이 바위틈에서 솟는 모양)”이라 하였다. 그러고는 활기, 뇌성, 우레, 구슬, 종소리, 삼강의 거센 물결 따위 생생히 살아있는 비평어들을 끌어온다. 그만큼 선생이 생각하는 글은 활동력이 있는 살아 숨 쉬는 글이다.


 글 쓰는 이라면 글의 구성이나 문체에 치중하는 글은 아서(亞書,벙어리 글)요, 토우서(土偶書,흙인형에 의관을 갖춘 글)임을 알아야 한다. 주위를 둘러 보면 이런 글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이런 글들은 글이되, 글이 아니다.


‘도로릉도로릉 맑은 샘물이 바위틈에서 솟는’ 그러한 글은 거짓 없고 순수한 진실한 마음 글이다. 



저작자 명시 필수 영리적 사용 불가 동일조건 유지시 변경 허가태그#아산#아시#토우서#글쓰기#금릉시초#서유구#서유본#순수#진실#거짓#시쓰기태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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