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37

2026년 새해 첫날, 우리의 ‘달’과 ‘6펜스’를 생각해 본다

by 휴헌 간호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37. 2026년 새해 첫날, 우리의 ‘달’과 ‘6펜스’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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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137


2026년 새해 첫날, 우리의 ‘달’과 ‘육펜스’를 생각해 본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목표를 적는다. 그런데 그 목표들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내 집 마련, 자격증 취득, 이직, 투자, 건강 관리, 자녀 교육, 연봉 상승, 더 좋은 학벌, 안정적인 커리어.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것들은 개인의 욕망이라기보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생존 조건들이다. 그 밑바닥에는 변하지 않는 공통분모가 있다.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는, 곧 ‘불안’을 피하려는 욕망이다.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달과 6펜스』는 이 불안을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달’은 꿈을, ‘6펜스’는 안정과 타협, 타인의 인정을 상징한다. 한국 사회에서 6펜스는 언급한 바, 학벌, 직장, 부동산, 연금, 스펙,… 따위이다.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 인정하고, 성공의 증표로 여긴다. 그래서 대부분은 고개를 숙여 6펜스를 줍는다. 물론 이것이 잘못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 사회에서 6펜스를 줍지 않는다는 것은 곧바로 패배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6펜스를 줍는 행위 자체를 삶의 목적처럼 착각해 왔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아파트 평수가 얼마인지가 한 인간의 전부가 되는 사회. 그 과정에서 달은 점점 빛을 잃고 허망한 것으로 취급된다. 좋아하는 일, 오래 붙들고 싶었던 생각, 설명할 수 없지만 놓을 수 없었던 감각은 “나중에”, “현실적으로”, “먹고살고 나서”라는 말 속에 밀려난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욕먹기 쉬운 인간형이다. 가족을 버리고, 책임을 거부하고, 사회적 성공을 내던진 인물. 그는 분명 변호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을 몹시 불편하면서도 내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끝까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달’을 선택했고, 그 대가를 온몸으로 치렀다.(결코 소설 속 스트릭랜드를 비호하려는 의미는 없다. 이 글은 ‘달’과 ‘6펜스’라는 상징만을 끌어왔다.)



새해 첫날에 『달과 6펜스』를 인용하는 이유는 스트릭랜드처럼 탈주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달은 생계를 파괴하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지금 주우려는 6펜스가 정말 내 삶을 지탱하는가? 아니면 불안을 잠시 가려주는 동전일 뿐인가?”



한국 사회의 비극은 달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달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사치로 만들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이유 없이 지쳐 있고, 실패하지 않았는데 공허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설명할 수 없는 회색빛 우울감이 팽배하다.



따라서 새해는 더 많은 6펜스를 줍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주워 왔지 않은가. 새해는 오히려 묻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내가 이 6펜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모두 쥐고 있어서 불안한 것인가? 그리고 혹시, 완전히 포기했다고 믿었지만 아직 마음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달은 없는가?” 등을.



하지만 올해도 우리는 6펜스를 주울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달을 향해 걷지 않더라도, 어디에 달이 있는지 기억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것인지, 사회가 선택하게 만든 것인지. 질문 없는 성공은 결국 제 아무리 넓은 평수라야 A4 한 장에 적바림된 부동산 등기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거치며 불안을 제도적으로 설계해 온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달을 잃어버린 사회, 6펜스로만 구축된 나라는 아니다. 새해는 ‘6펜스’만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달’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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