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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Sep 27. 2021

<분석의 오류>

안 될 일이니 안 된 것일 뿐

<분석의 오류>

 

“선생님!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아요. 떨어졌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로 안 됐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고3 담임했을 때(1992년) 반장이다. 나이가 40을 훌쩍 넘었지만 열심히 산다.

난 이렇게 말했다.


“안 될 일이니 안 된 것일 뿐이니, 너무 자책하지 마렴."


이 말은 내가 지금까지 수 백 통의 이력서를 쓰며 겪은 경험담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분석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분석하려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질 뿐이다. 그럴 때는 그냥 그 일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 따위 자책은 날 절망의 길로 이끌 뿐이다. 그 일에 대응하고 분석하려다 보면 몸도 정신도 파괴되고 심지어는 곁에 있는 사람마저  떠나간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듯이, 안 되는 일은 반드시 안 되게끔 되어있다. 그 반대로 될 일은 반드시 되게끔 되어 있다. 이유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말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내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별반 없다는 뜻이다. 사회(나를 둘러싼 상황:사회적 관계망)가 나를 돕지 않는 한 절대 내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안 된 일은 빨리 잊고 될 일을 찾으면 된다. 될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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