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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Sep 28. 2021

염치교육

대한민국에 커다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생각합니다

 방안풍수요, 글방 선생이지만 난 우리 대한민국에 커다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생각합니다. 하나는 언론 개혁이고 또 한 문제는 교육 개혁, 즉 ‘염치교육’입니다.

 

염치는 사유(四維)의 하나이다. 사유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면 나라가 나라꼴이 되지 못하고 사람도 사람 꼴이 되지 못한다.…어린아이가 귀한 보물을 가슴에 품고 시장 네거리에 앉았어도 탐욕스럽고 교활한 자들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침을 흘릴 뿐 감히 빼앗지 못하는 것도 염치가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실학자 우하영이 지은 <천일록> 제5책 ‘「염방」(廉防, 염치를 잃지 않도록 방지함)’에 보이는 글입니다. 선생은 ‘염방’ 항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사유란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벼릿줄로 예(禮, 예절)·의(義, 법도)·염(廉, 염치)·치(恥, 부끄러움)입니다. 이 네 가지 중 선생은 염치를 가장 먼저 꼽고는 이를 잃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編)에서 관중은 이 사유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우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했습니다. 

 우하영 선생이 본 18세기 조선사회는 염치를 잃어버린 병든 사회였습니다. 선생의 글을 좀 더 따라가 봅니다.

“지금 눈앞에 돌아가는 세상 꼴을 보면 온갖 법도가 모두 무너져서 떨쳐 일어날 수 없고 공과 사가 바닥까지 떨어져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되었으니 참으로 위태롭고 근심만 깊어 갑니다. 바로 이러한 때, 이런 급박한 병세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쓴다면 어떤 처방이 좋겠습니까?”<제6책, 「어초문답」 > 

지금 코로나 19정국의 대한민국, 자본주의는 극에 달하여 모두 돈으로 환전을 하고 여기에 제 일신을 위한 정치, 일신을 위한 의료인 파업,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종교인들의 광화문 시위, 그야말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한 곳도 평안치 못합니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들 가계는 곤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득권층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이들은 이 틈을 타 제 이득을 챙기려 듭니다. 저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듯합니다. 이는 저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우리 사회에 염치가 없어서라 생각합니다.


선생은 이 염치가 없는 병든 사회를 치료할 약으로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떳떳한 본성을 들었습니다. 염치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성이기에 이를 진작시키고 흥기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선생이 처방한 약은 의외로 간단하니 ‘상대성’입니다. 

“공자의 마을 사람들로 대우하면 사람들이 모두 공자의 마을 사람들과 같이 된다. …만일 염치 있는 사람들을 높인다면 어찌 본받아 힘쓰고자 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염치는 서로 상대적이라는 말입니다. 이 사람이 염치 있는 행동을 하면 저 사람도 그런 행동을 합니다. 선생의 말대로라면, 만약 저 사람이 염치없는 행동을 하면 그 이유는 저 이가 아닌 나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내가 저 사람을 공자 마을 사람으로 대하고 염치 있는 사람을 높였다면 저 사람이 어찌 염치없는 행동을 하겠습니까?

 

이 염치교육을 하자면 바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론인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13년, 대학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우리 교육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교사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어느 책이든 교육 커리큘럼은 창의성과 인성을 추구하지만 이를 가르칠 교사와 교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교사와 교수 중에는 교육이 아니라 직업 혹은 권위만을 내세우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고등학교 교사도 그렇지만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교 교수님들까지 이러한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이는 '미래를 위한 창의성, 인성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말과 너나들이합니다.


 이쯤이고 보면 건너다보니 절간이라고 미래니 통섭이니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은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일 뿐입니다. 그저 교사나 교수나 중 염불 외듯 과거에 배운 지식만을 여름철 엿가락처럼 늘어진 테이프를 돌리고 돌릴 뿐입니다. 이 또한 교사나 교수로서 염치가 없어서입니다.

 

염치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도가 아닌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을 바꿔야 하는 문제는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계획을 필요로 합니다. 염치 있는 교사와 교수들이 있어야만 염치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염치 있는 교사와 교수들이 교단에 서서  염치교육으로 교육개혁을 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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