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섭지 않아 ]

by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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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은 조용한 바닷가에 외롭게 혼자 삽니다.

바랑이 처음부터 외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은 그를 낳아주시고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한때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왜 지금은 이렇게 매일 혼자인지 바랑은 생각해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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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에 바랑은 멀리까지 배를 띄웠습니다.

"날씨 한번 좋다!" 혼잣말을 하며 노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먹을만큼의 고기를 잡고서 그물을 걷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물 마지막 부분에 뭔가 조그마한 것이 걸려 올라왔습니다.

그 하얗고 작은 것은 인형 같기도 하고 사람 모양 같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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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꺼내어진 하양이는 곧 눈을 뜨더니 바랑을 보고 말했습니다.

"어... 사람이다.."

모기만큼 작은 소리였습니다.

바랑은 친구가 생긴 것이 반가워 하양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밥과 반찬을 조금씩 떼어 주었지만 하양이는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넌 뭘 먹고 사니?"

바랑이 이렇게 묻자 작은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난 아무 것도 안먹어. 약간의 두려움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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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이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귀를 가까이 대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바랑은 외롭다는 기분을 잠시 잊게 되었습니다.

새 친구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바랑은 고마운 새 친구를 위해 뭔가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양이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먹는 두려움은 어떻게 하면 생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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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 힘없이 기대어 앉은 하양이가 조그맣게 대답했습니다.

"간단해. 뭔가를 피해서 도망가면 생겨"

바랑은 시험삼아 발빝의 벌레를 피해 마루로 자리를 옮겨 보았습니다.


"냠" 하는 가냘픈 소리가 하양이로부터 들렸습니다.

바랑은 기뻐서, "먹었니?"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조금이지만 먹었어" 하양이는 오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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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바랑은 새를 피해 도망가 보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은 개구리를 피해 보았습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신기하게도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냠"

두려움이 생기면 바랑의 주머니 안에서 하양이는 두려움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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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하양이는 몸집도 목소리도 커져서

더 이상 주머니나 가방에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바랑은 하양이와 함께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지요.


바랑은 행복했습니다.

둘은 함께 고기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집으로 함께 돌아와 식사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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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랑은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꿈에 나오는 벌레나 새가 무서워서 잠이 깨었습니다.


"냠"

그럴때마다 옆에 있던 하양이는 점점 몸집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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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이는 몸집이 커질수록 더 많은 두려움을 먹고 싶어했습니다.

이제 바랑은 바다도 하늘도 배도 무서워서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 징그러운 물고기를 잡았었을까?" 바랑은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하양이는 이제 바랑보다 훨씬 더 커졌고 목소리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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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하양이조차도 무서워서 바랑은 결국 이불을 쓰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냠, 냠, 냠" 하양이의 소리는 이제 천둥소리 같았습니다.


바랑은 이불속에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이대로는 못 살겠어!"

그리고 이불을 박차고 문을 열고는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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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온통 하얀색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집채만큼 커진 하양이의 몸이었습니다.

바랑은 몸이 덜덜 떨릴정도로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바랑은 도망가지 않고 하양이의 몸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양이의 몸은 찹쌀떡처럼 진득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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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것 같던 순간, 눈앞에 늘 보이던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때 바랑은 바닥, 산이, 배가, 나무가, 개구리가, 나비가, 벌레가.

그 모든것이 지금까지 바랑의 친구가 되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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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조용해진 뒤를 돌아보니 하양이의 몸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결국엔 처음 보았을때 만큼이나 작아진 하양이를, 바랑이 손으로 들어 올렸습니다.


"배가 고파...."

하양이는 처음처럼 작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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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은 하양이를 처음 그 바다에 돌려 주었습니다.

'외로운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배를 저어 돌아오는 길에 바랑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서 어릴적 친구가 배를 타고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랑은 반가운 마음으로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앞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무섭지 않아

2013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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