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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an 09. 2022

조정장에서 나를 돌아보다



최근 10퍼센트 넘게 손해를 보고 있다. 대세 상승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내 것이 아니라고 들었지만 정말 내가 잘해서 얻은 게 아니었다. 계산해보니 내 수익은 시장 수익률의 70퍼센트에도 채 못 미치는 정도였고, 이번 하락장에서 전체 포트의 10퍼센트가 날아갔다. 상승기에는 수혜를 보지 못하고 하락 시에는 더 두드려 맞는 내 계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항상 그래 왔다. 정말 문제는 항상 그래 왔음에도 또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은 바뀌질 않았다. 그래도 조금 다른 것은 지금은 그나마 지켜볼만한 종목에 손을 뻗쳤다는 것. 그래도 고점에 물린 종목은 없다는 것. 물론 내가 들어간 그 시점이 고점일 가능성이 있다. 어서 빨리 바닥을 다져주길 바라는 수밖에.


매일 상한가 종목을 정리한 지 세 달이 지났건만, 시장 대세 섹터에는 들어가지 않고 곁다리만 짚고 있다. 5G, 수소차, 배터리, 바이오, 북한 뭐 하나 제대로 건진 섹터가 없다. 그나마 한일 분쟁 관련주에서 조금, 초창기 들어간 창투사 익절 한 게 전부다. 저 창투사는 더 갈 것 같은데 마이너스 찍혀있는 계좌를 차마 보기 힘들어서 현금화했다. 그리고 들어간 게 다시 한일 분쟁 관련주인데, 벌써 마이나스 8퍼센트가 찍혀 있다. 


분할매수 분할매도는 이미 어디다 팔아먹은 지 오래고, 세 종목 정도로 운용하고자 했던 종목은 10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목당 비중이 들쭉날쭉한 데다가 현금 비중도 0%다. 이따위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나날이 오르는 코스닥 지수에 내 종목만 가지 않는 조금함이 더해져 그냥 꼬라박다가 정말로 꼬라 박혔다.


그래도 손절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손절해 봤자 다른 종목 가서 똑같이 잃을 것이 분명하다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다. 게다가 계좌에 손실이 찍혀버리면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그리고 그 손실을 만회할 방법 따위 당장에 없기 때문에 그저 기다리고 있다. 수급이 다시 들어와서 내 계좌를 빨간색으로 만들어 줄 때까지. 


막상 수급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 같은 덜떨어진 개미들은 주가가 본전에 왔음에 감사하며 흔들기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 나 같은 개미가 들고 있는 물량을 포함한 밀집을 매물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매물대를 소화한 수급은 또 다른 수급을 불러들여 쭉쭉 올라가겠지. 그러고 나면 너무 일찍 팔아버린 나 자신에 크게 실망하며 다시 올라타게 된다. 그때가 바로 고점이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막상 실천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남들의 관심이 없을 때 사서 뉴스에 팔고 싶지만, 너무 일찍 물량을 꽉 채워둔 나는 몇 달을 손 빨면서 기다리기가 힘들다. 주가는 점점 떨어지는데 주워 담을 현금이 없다. 정말 몇 달을 존버 해야 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인데, 빨리 수익 실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여러 개 종목에 발을 뻗고 하나만 올라라 기도한다. 마치 경마장에서 마권 여러 개를 손에 쥐고 아무나 이겨라 기도하는 꼴이다. 


오늘은 코스닥이 2% 이상 반등한 날이다. 하지만 내 계좌는 올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나스 10퍼센트의 손실도 그대로이다. 지난 조정 때도 내 종목은 평균 이하로 빠지고,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빠지고 빠진 채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똑같은 실수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이 무지함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깨져야 고쳐질까.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드는데, 혹시 평생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럼 내 인생은..? '수업료'라고 자위했던 그랜저는 진짜 그냥 그대로 날아간 게 되는 건가? 그렇게 되게 둘 수는 없다. 당장에 그랜저를 에쿠스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일단 아반떼 아니 마티즈 바퀴로라도 바꿔와야 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다시 모아 나가다 보면 그랜저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런데 정말 쉽지 않다.


오늘 집에 오면서 잠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슈퍼개미 어떤 사람의 유튜브를 봐도 기업분석을 정말 철저하게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본적인 분석에 더해서 주담과 통화하고 직접 기업에 방문하며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소화한 끝에 투자를 시작한다. 이미 자산이 수백억 있는 사람도 그렇게 조사하고 공부하는데 나는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재무제표 달랑 몇 분 훑어보고 전자공시 홈페이지 들어가서 뭐 하는 회사인지 대충 보고 돈을 넣는다. 이걸로 충분한가? 


... 충분할까?


테마주 투자로 큰돈을 번 작가도 종목에 테마를 얹기 전에 정말 과할 정도로 철저한 기업분석 끝에 투자를 결정한다. 그래서인지 연간 매매 횟수가 10번이 채 안된다. 이 분은 처음 들어갈 때 시드의 상당 부분을 넣고, 꽤나 많이 떨어지면 또 남은 덩어리를 넣는 식의 매매를 한다. 대신 절대 잃지 않을 종목을 고르고, 절대 손해보지 않을 자리에서 산다. 본인 기준에 조금이라도 미치지 않는 종목은 그대로 놓아준다. 누군가가 먹든지 말든지 내가 자신 있는 상대만 고르는 것이다. 그렇게 얻는 수익률이 연 50%에서 100%라니 굉장하다. 


그런데 나는? 주식 대가들이 본인들의 노하우를 다 공개한다. 전업 투자자들처럼 적극적으로 기업을 파 들어가는 것 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은 지켜야 한다. 정말 날로 먹으려고 하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딱히 주식 공부하는 게 뭐가 있는가? 유튜브 좀 보고, 책 좀 깔짝거리고 매일매일 상한가 종목 훑어보는 것. 취미 정도도 안 되는 정도의 노력이다. 노력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민망한 행동의 반복이다. 결국 머리 쓰기 싫고 생각하는 건 귀찮고 뭔가 그럴듯한 종목 대충 골라서 올랐으면 좋겠다 기도 매매하는 것의 연속. 그것이 내 매매전략이다.


아 그만 좀 하자. 그만 좀. 더 깨질 것도 없다. 여기서 더 깨지면 내 멘탈은 남아나지 않는다. 진짜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해보자 욕심 좀 내려놓고. 벌써 뭔 돈을 벌겠다고 깝죽거리는지 모르겠다. 당장에 몇 배 오르면 뭐 어쩔 건데? 10억이 있어도 그걸로 다른데 들어갈 배짱이 없다. 그냥 여기저기 쑤시다가 다 잃어버릴게 자명하다. 실력을 키우는 것부터 해보자. 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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