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승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생각 하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시장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그 방향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오르면 언제까지나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내리면 언제까지나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오를 때는 내릴 때의 대비를 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오른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승세가 한 주, 두 주 이어지고 한 달 두 달 이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느새 주가는 바닥에서부터 50% 이상 상승해 있다. 왜 주가가 바닥일 때 물 타지 않았을까에 대한 자책과 함께 지금의 주가는 너무 올라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선뜻 매수하기가 힘들다. 이제 이 상승이 계속 이어져 년 단위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자. 말 그대로 추세가 반전되어 상승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가 바닥에서 손에 넣을 수도 있었을 것처럼 생각되는 기회를 날려버린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1. 지금이라도 산다.
2. 이미 늦었으니 다시 떨어지면 산다.
보통은 1. 을 선택하게 된다. 주가가 오르다 올라 주변 사람들, 나보다 주식 경력도 짧은 사람들, 나처럼 하락장의 매운맛을 경험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 인생 편하게만 사는 것 같은 사람들마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걸 보면 열이 뻗쳐 견딜 수가 없어진다. 왜 나만 주식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손해는 손해대로 보게 된 걸까. 번지점프하는 것처럼 떨어지는 주식을 매일매일 확인하며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버텨온 지난 세월은 대체 뭐였을까 현자타임이 온다. 저 사람들은 어떤 운을 타고났길래 주식의 '주'자도 모르면서 돈을 버는 걸까. 나는 대체 뭘까.
그렇게 모아놓은 돈과 그나마 조금 회복된 계좌를 털어서 다시 매수를 시작한다.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다시 오르는 동안 앞으로 시장을 선도할 테마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 지금 정부에서 돈을 풀기 시작하면 가장 혜택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등 평소에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시장에 훈풍이 불 때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그렇지 못하다.
주가가 오르면 기뻐하고 내리면 슬퍼할 줄은 알지만 어떤 주식을 사야 오를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다시 주가가 오르고 시장에 돈이 들어와도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모른다. 주가의 대 하락을 맞아 얻어맞기는 실컷 얻어맞았지만 정작 주식실력이 올라갔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이 운 좋게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픈 것이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나 나나 아무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운 좋게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들어와서 돈을 버는 것 그뿐인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배가 아픈 느낌이 가시고 부끄러움이 찾아온다. 그 하락장을 버텼다며 자부하는 내가 거기서 배운 건 무엇일까? 하락하는 동안 상승에 대한 대비는 왜 하지 않았는가? 운 좋게 마켓 타이밍을 잡아 수익을 내는(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나와의 차이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질문들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고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미 늦었다고? 아직 아니다. 왜냐면 지금의 상승이 진짜 상승인지, 단지 박스권 상단을 향해 움직이는 움직임일지, 더 큰 하락을 위한 개미 꼬시기일지, 하락 중에 빈번하게 나오는 데드캣바운스일지 아무도 모른다.
재미있게도 상승이 며칠 지속되자 유튜브에서는 하락을 외치는 사람들 보다 상승에 중심을 두는 분들을 초대해서 콘텐츠를 짜고 있다. 사람들을 상승할 때 상승하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고, 하락할 때 하락하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유튜브를 비롯한 주변 여론에 집중하게 되면 본질을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나 주식 시장이 상승할지 하락할지에 대해서는 정말 어떤 전문가도 매번 맞출 수는 없다. 시장의 변동은 경제의 순환과 상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100% 들어맞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를 때는 내릴 것에 대비하고, 내릴 때는 오를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오를 수는 없고 언제까지나 내릴 수도 없다. 대비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욕심을 조금 줄이는 것이다. 상승할 때는 정상에서 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를 때 조금씩 덜어낸다. 하락할 때는 완전 바닥에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락 때마다 조금씩 사 모은다. 욕심을 한 스푼만 덜어내면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