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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an 29. 2023

주가가 올랐지만 계좌는 마이너스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 연이은 상승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이 살살 녹는 시기로 보인다. 하락할 때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유튜브 전문가들이 더 이상 초대받지 못한다. 지금은 상승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초대된다. 똑같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상승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고, 앞으로 이 상승이 계속되기 위한 당위를 말한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주식에 관심을 갖는다. 파란불이 꺼질 새 없던 주식 계좌에 한 두 종목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요즘 주식 많이 올랐다던데?라는 안부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인터넷 주식 카페에서는 벌써 수익 인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고점에서 물린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상승 정도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지만 주가 바닥에서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상승도 충분히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간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주가 바닥에서 들어간 사람들. 이 사람들은 누굴까. 개인이 바닥을 잡기는 정말 힘들다. 십중팔구 기관일 가능성이 크다. 기관은 개인처럼 자금을 몰빵 해서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타이밍에서든 시장에 들락날락한다. 이들의 매수세로 인하여 주가가 상승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들이 매수할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주식을 저점에 팔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저점에서는 개인이 팔고, 기관이 산다.


내릴 때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은 지금 정도의 상승에도 주식을 매도해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다 팔아도 좋고 분할 매도도 좋다. 어쨌든 수익구간이다. 매도 비중을 고려할 선택지가 있다. 다만 얼마라도 수익을 본다면 현금이 생기는 것이고, 현금은 곧 여유의 증가요 멘탈의 마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지금의 상승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 저점에서 50%가 올랐어도 대부분 계좌는 아직도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10만 원에 산 사람이 있다. 삼성전자가 5만 원일 때 계좌에는 -50%가 찍힌다. 5만 원이던 삼성전자가 급등해서 50% 상승하면 주가는 7만 5천 원이 된다. 주가는 50%가 올랐지만 계좌의 수익률은 아직도 마이너스다. -50%에서 -25%로 숫자가 바뀌었지만 선뜻 팔기는 힘들다. 일부를 팔기도 힘들다. 아직도 -25%인데 어떻게 이 가격에서 손절을 하겠는가. 적어도 '본전'에는 와야 일부 현금화를 하든 다 팔아버리고 주식판을 떠나버리던지 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가진 물량을 정리하고 다시 주가가 떨어질 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지금 팔았다가 다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기만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에서 헷갈리는 문제를 만났을 때 처음 생각했던 답을 버리고 다른 답으로 고쳤다가 틀려서 두고두고 생각나고 억울해서 잠 못 잤던 경험이 떠오른다. 그렇게 자발적인 '존버'의 길로 접어든다.


그렇게 '존버'하는 동안 주가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오를 때는 다들 오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내릴 때는 다들 내릴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반복이 계속된다. 계속 '존버'하고 있는 계좌는 아무 영향이 없다. 지난한 황보를 거치고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어 진짜 상승이 시작되어 내가 구매한 가격까지 도달하면 그동안의 시간에 지친 사람들은 은행 이자도 안 되는, 수수로 정도의 수익에 만족하고 주식을 팔아버린다.


그리고 시장이 과열되어 '뉴 노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To the Moon'을 외치는 때, 다시 시장에 들어가 차익실현 물량을 전부 떠안는다.


다시 오랜 세월 '존버'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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