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원칙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원칙 중 특히 하락장에서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한 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원칙은 앞으로 이야기할 다른 원칙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나 실제로 실천하기는 너무나도 어렵기 그지없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 원칙만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주식 시장에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거나, 소위 '깡통'을 차게 되는 경우를 원천 차단하고 상승장의 과실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바로
현금 비중 유지하기
이게 무슨 원칙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원칙만큼 중요한 원칙도 또 없다. 우리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절대적인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금을 등한시한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금 가치가 떨어져서 결국 어떻게든 손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맞다. 현금 보유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매 년 복리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그 비용이다. 그러나 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현금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자산시장이 결코 한도 끝도 없는 우상향을 보여주지 않고 상승과 하락의 등락을 반복하는 데 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모두가 광기에 빠져든다. 길지 않은 시간에 몇 배, 몇십 배씩 오르는 주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현금을 그저 놀리는 것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주식에 투자해도 몇십 퍼센트의 수익은 금방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현금 비중이 0%에 수렴한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주식시장에 투자한다. 현재 갖고 있는 현금뿐만 아니라 미래의 현금까지 끌어온다. 미래의 현금을 대출을 통해 현재화한다.
대출로 끌어온 미래의 현금이 현재의 주가를 밀어 올린다. 그래서 광기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기에는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른다. 현재의 현금과 미래의 현금이 더해져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 시기에는 세상에 현금이 넘쳐나기에, 사람들은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신경 쓰지 않고 얼른 현금을 증권으로 바꾸는데 여념이 없다. 현금을 증권으로 바꾼 사람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자산 대부분을 현금으로 쥐고 있는 사람들은 벼락거지라며 조롱당한다.
미래의 현금을 당겨서 현재의 주가를 부양하는데 다 써버렸기에, '미래'가 현실이 되는 시기에는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린다. 언제까지나 미래의 현금을 계속 현재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미래의 현금을 당겨온 부작용이 발생한다. 미래의 현금을 현재화했기에 그 '미래'의 도래와 더불어 현금이 없어진 현실이 닥쳐온다.
당연하게도 미래의 현금을 현재에 가져다 썼기에 미래에는 현금이 없다. 이 시기에는 현금이 귀하다. 그렇게 넘쳐나던 현금이 씨가 마른다. 가격을 뒷받침할 현금이 없기에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현금이 없어진 만큼 현금의 가치는 오른다. 이 시기에는 주가 상승기와는 반대로 헐값이 된 주식마저 팔아치워 현금 마련에 집중한다. 주식 비중이 높은 사람은 어리석은 투자자 타이틀을 얻고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현명한 투자자로 불린다. 상승장에서와는 정 반대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등락에 따라 현금이 풍부한 시기가 있고, 현금이 부족한 시기가 있다. 현금이 풍부할 때는 현금이 부족한 시기를 대비해 현금 비중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 그리고 현금이 부족한 시기에는 이 현금을 이용해 현금 대비 가치가 떨어진 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현금의 가치 변화에 따라 투자 사이클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주식 시장에서 손해를 보려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도 쉬운 방법을 실제로 적용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 방법을 실행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상승장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나만 빼고 다들 돈을 쓸어 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FOMO (Fear Of Missing Out)로 인해 욕심이 눈앞을 가려 현금 보유 원칙을 파기하고 일단 주식을 풀 매수 하여 주가 상승을 한껏 누리고 하락의 조짐이 보이면 그때 현금화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런 계획으로는 예기치 못한 하락장을 맞닥뜨렸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줄어들어 버린다.
대처는커녕 하락장을 그대로 맞고 저 멀리 심해로 떠내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의 변화의 따른 투자 사이클의 위치가 어디쯤 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도 마찬가지인데, 최 저점에서 추가 하락을 예견하거나 주가 정점에서 뉴 노멀을 외치며 주가의 폭발적인 상승을 예견하는 실수가 숱하게 반복된다.
심각성이 느껴질 정도로 하락이 진행된 상황에서는 이미 매수 시점에서 주가가 한참 내려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욱더 현금화가 어렵다. 본전도 아니고 손해인 시점에서 주식을 던진다는 건 정말 어렵다. 그래서 현금 비중 없이 주식을 들고 가다가 하락장 초입에 현금화해서 대처하겠다는 계획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하락을 맞이했을 때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이 방법을 실행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욕심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컨트롤하는 것은 인생 전체에 걸친 노력을 통해서도 달성이 어렵다. 그래서 욕심 자체를 컨트롤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특히나 투자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다. 기만은 곧 투자 실패로 이어지고 투자 실패는 큰 손해를 불러온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욕심을 컨트롤하기가 어렵다면 욕심의 방향을 살짝 달리 생각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증권의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이 현금을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 자아실현, 부의 과시, 새로운 경험 등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주식투자를 이어가는 이유가 현금 확보임을 확실히 자각한다면, 상승장에서는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하락장에서는 확보한 현금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는 사이클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