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Mar 04. 2023

최악의 방법론 : 무지성 존버

어떤 방법론이든 규칙이 있다. 매수의 규칙이 있고, 매도의 규칙이 있다. 매수해야 할 때 매수하고 매도해야 할 때 매도한다. 시장의 변화는 아주 다이내믹하기에 시장 한가운데에서 주가 등락의 풍파를 견디다 보면 자연스레 방법론에 대한 의심이 이어진다. 이 끊임없는 의심으로 방법론을 더욱더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지표를 참고할 수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하락에 대비할 수 있게끔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의심을 통해 방법론의 체계를 단단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방법에 대한 회의를 갖고 손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는 역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떤 시도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말 그대로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사람이 있다. 최소한 이번의 실패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수도 있고, 주변 환경을 바꿔야 될 수도 있다. 혹은 어디에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해 완전 원점에서 재 검토가 필요한 사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실패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 원인이 나 일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요인일 수도 있다. 남 탓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실패의 원인을 찾아 뭐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찾고 개선하는 일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실패한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계속해서 그 실패를 곱씹고 분석하는 것은 괴로움의 연장이다.


그래서 괴로움을 건너뛰어버린다. 건너뛰어버린 대신 실패한 것 자체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 버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 나는 실패했으니까 다음번엔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발명왕 에디슨도 수 만 번 실패한 끝에 그럴듯한 발명품을 만들어 냈어.라고 위로한다. 실패에서 오는 절망감과 좌절,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감정 그 자체가 성공을 담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패 그 자체 그리고 실패에서 오는 감정만을 아무리 반복한들 개선되는 건 없다. 


실패하기까지 겪어온 일련의 과정과 실패를 경험하며 느낀 감정을 기반으로 그 실패에 대한 피드백과 근본적인 개선이 있었을 때 비로소 다음번 시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다음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 고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될 뿐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을 수 십, 수 백 번 반복하여 실패의 원인이 제거될 때 성공은 찾아온다. 


주식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실패에 실패를 쌓아가며 얻은 경험으로 어떻게 해서도 돈을 잃을 수 없게끔 방법론을 구축하고 나면 수익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동안 내가 얻었던 수익이 정말 내가 의도했던 것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대부분의 수익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장 상황이 좋아서, 혹은 우연히 테마를 잘 타서, 혹은 수익은 수익이지만 시장 수익률보다는 떨어지는, 겉으로 봤을 때만 그럴듯한 경우가 많다.


이유야 어쨌든 수익을 손에 쥐면 이 성과는 오롯이 내가 잘해서 얻은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런 성향은 주식투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게임에서 이기면 내가 잘해서 이긴 것이고 지면 남이 못해서 졌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고과가 좋으면 내가 잘했기에 마땅히 받아야 할 결과로 여기고 고과가 나쁘면 본인을 사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생각한다. 기득권을 천부인권으로 생각하는 부모 밑에 태어난 자식은 본인이 누리는 것 모두가 노력과 실력에 기반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자아도취적인 특성은 자신감으로 잘못 포장되어 사람들을 호도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감, 본질적으로 자아도취는 불필요한 특성이다. 적어도 꾸준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주린이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은 곧 깡통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다름 아니다. 



다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전에 세워놓은 방법론을 따라 투자를 이어가다 보면 방법론 자체에 대한 회의가 찾아오는 구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의심이 찾아올 때 방법론을 더 튼튼하게 보수하는 방법이 있다. 자만과 자아도취를 내려놓고 약점을 개선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에 반해 회의가 찾아오면 방법론 자체를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갈아타서 그 방법을 더 체계화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가장 최악은 그저 손을 놓아버리는 마지막 경우다.


방법론에 대한 회의가 찾아오는 순간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시점인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구간에 진입하면 어떤 방법을 따르던지 손해는 불가피하다. 십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폭락까지 스무스하게 커버하는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방법은 상승기에는 수익을 갉아먹는, 너무나도 보수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손을 놓아버리면 방법론 자체가 기능하지 않는다. 다소 엉성하더라도 미리 세운 방법에 따라 대응해야 하락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엉성함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되면 엉성함을 보완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나름의 대응을 하다 하다 이 방법으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다른 방법론으로 넘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가 가능하게끔 세워놓은 방법론에 따라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지만, 투자자의 대부분은 폭락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부족하기에 쉽게 당황하고 패닉에 빠진다. 이렇게 패닉에 빠지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대비책으로 일전에 이야기한 원칙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금 비중 유지, 하나는 분할 매수 분할 매도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했을 경우는 하다못해 기존의 방법론대로 따라가기라도 해야 한다. 언젠간 올라오겠지 생각하며 손을 놓아버리면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져버린다. 하락기에도 어떻게 하면 계좌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적용하고 고군분투하는 경우와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눈앞에서 모든 걸 치워버리는 경우 두 가지 케이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편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상승장에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시장을 대하지 않는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시시각각 자산의 손해가 눈앞에 들이닥치기에 어떻게든 이 손해를 줄여보고자 하는 절실함이 생긴다. 더불어 내가 왜 이렇게 생각 없이 투자를 했을까에 대한 자책과 함께 정보를 갈구한다. 이 시기에 주식시장에 대한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왜 주가가 떨어지는지, 왜 나는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이 하락기가 언제 끝날지, 끝나고 나면 어떤 종목이 상승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와 함께,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세워본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의 투자 인생에 있어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된다. 지금은 비록 하락을 그대로 맞아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됐지만 이 아픔이 트리거가 되어 다음번 사이클에 찾아올 하락을 대비하게 만든다.


결론은, 어떤 방법론을 따라가든지 시장에서 예기치 않은 하락을 만났을 때 절대 시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 방법론을 고쳐 쓰든지, 새로운 방법론으로 갈아타든지, 이도 저도 아니고 존버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시장을 관찰하며 존버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무턱대고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장을 대하면 계좌는 계좌대로 박살 나고 심리는 심리대로 무너지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다음 사이클의 하락을 또다시 얻어맞게 될 것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찬 바람이 불수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시장을 마주하자.


끝.






매거진의 이전글 현금 비중은 얼마가 적당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