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Dec 03. 2020

스캠사기에 당하는 이유

주식에 3천만원 꼬라박고 쓰는 글 5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한 푼 두 푼 모은 월급 코인에 올인해 950만원을 날렸다.

이후 주식으로 눈을 돌려 2년간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평가손실 아니다. 실제로 손실 확정한 돈이 3천을 상회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이미 막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이다. 


왜냐? 앞으로 써 내려갈 상황들, 심리적 부침에 초연해지지 않고서는 절대로 주식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건데 이 말은 진리다.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행여 운이 작용해서 단기간 수익은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공은 결단코 쟁취해 낼 수 없다. 


1. https://brunch.co.kr/@kanaxia2/13

2. https://brunch.co.kr/@kanaxia2/14

3. https://brunch.co.kr/@kanaxia2/15

4. https://brunch.co.kr/@kanaxia2/16



사진을 검색해보니 블로그가 하나 나왔다. 내가 들은 이름이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이도 달랐다. 직업도.. 달랐다. 하지만 얼굴은 같았다. 사진도 같았으나 조금 달랐다. 블로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찍혀있었다. 내가 받은 사진은 딱 워터마크 만큼이 잘려나가 있었다. 그랬다. 사기였다. 홍콩 여자도 아니었다. 중국인이었다. 국적마저 달랐던 것이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 짐작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오히려 머리는 차분해졌다. 그러나 이 차분함이 큰 손실을 불러올 줄은 정말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손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체를 알고 나니 무언가 야릇한 위화감이 납득되기 시작했다. 마치 번역기를 돌린 것처럼 쉼표와 마침표, 어퍼스트로피를 꼬박꼬박 쓰는 말투. 중국어로 쓰고 영어로 바꾸어 대답했을 것이다. 무언가 느낌이 다른 사진들. 한 사람의 사진만 퍼 온 것이 아니라 종종 다른 사람 것도 퍼와서 보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묘하게 몸매가 다른 느낌이 드는 사진. 그런 사진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공통점으로 얼굴 밑으로 찍은 사진이거나 얼굴에 팩 따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식 매매 보유, 매도 인증샷을 보내달라는 행동. 아마 인증샷을 통해 실적이 잡히고, 보스에게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형식이 아니었을까.


내가 겪은 패턴은 이렇다. 

1. 유대감을 쌓는다. 2. 본인이 투자 전문가임을 어필한다. 3. 정말 아끼는 종목이 있는데 너도 한번 해보라고 종목추천을 해준다. 4. 수익을 보게 만들어준다. 5. 수익을 큰 투자로 유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1.유대감을 쌓는다. 였다. 정말 예쁜 사진을 걸고, 좋은 학벌에 멋진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기분. 어딘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게 된다. 물론 나도 머리가 달려있는 사람이다. 얼마간의 기억능력을 갖추고 있는 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런 상대방의 행동이 진심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밀당의 귀재였다. 어딘가 낌새가 이상해서 밀쳐내면 어느새 당겨댄다. 정말 여우가 따로 없을 정도로 나를 가지고 놀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실력이 이해가 된다.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남자가 아니었을까. 여자 사진을 걸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털이 숭숭난 다리털을 긁는 42세 남성이라던지.


지금까지 5.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맞다. 5.가 곧 이어진다. 하지만, 4. 단계에서 실체를 이미 알았는데 5.가 이어진다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더 큰 돈을 끌어다가 누군가의 아가리에 밀어 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생각이다. 그 당시 나는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체를 알고 난 뒤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니 전화를 걸어왔다. 어떤 여자가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에서 어딘가 긴장이 묻어났다. 프로필상의 그 사람이 맞다면 당연히! 긴장해야 할 사람은 나일 터인데.. 오히려 나는 여유가 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쭈뼛거림이 느껴졌다. 대충 확인하고자 하는 것들을 물어보고 급히 끊는 느낌. 한 번 느끼기 시작한 위화감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됐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났을까. 계속해서 다른 돈은 어디있냐고 물어본다. 영끌해서 가져오라는 투다. 못 이기는 척 계좌에 돈을 넣었다. 한 번은 더 돈을 벌게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매매에서 천 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천 만원을 내고 배운 것 :

  1. 홍콩 주식시장에는 상/하한가가 없다.

  2. 키움증권 해외주식 계좌 개설시 미수 사용이 디폴트로 설정되어 있다.


천 만원을 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 : 

  1. 남의 말 듣고 매수하면 안된다. 


그렇다. 나도 모르게 미수까지 끌어다가 매매를 해버렸고, 하루만에 -80%가 찍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디 주갤발 짤방에서 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바로 내 계좌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 한 번 여태 모은 돈의 상당 부분을 날렸다. 

그럼에도 남의 말 듣고 매수하면 안된다는 말이 귀에 걸리기까지 지불해야 할 수업료가 남아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틴더에서 만난 홍콩 주식 전문가 (예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