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May 20. 2021

해외주식 + 미수 + 몰빵 + 뇌동매매 = ?

주식에 3천만원 꼬라박고 쓰는 글 6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한 푼 두 푼 모은 월급 코인에 올인해 950만원을 날렸다.

이후 주식으로 눈을 돌려 2년간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평가손실 아니다. 실제로 손실 확정한 돈이 3천을 상회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이미 막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이다. 


왜냐? 앞으로 써 내려갈 상황들, 심리적 부침에 초연해지지 않고서는 절대로 주식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건데 이 말은 진리다.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행여 운이 작용해서 단기간 수익은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공은 결단코 쟁취해 낼 수 없다. 


1. https://brunch.co.kr/@kanaxia2/13

2. https://brunch.co.kr/@kanaxia2/14

3. https://brunch.co.kr/@kanaxia2/15

4. https://brunch.co.kr/@kanaxia2/16

5. 주식에 3천만원 꼬라박고 쓰는 글 5 (brunch.co.kr)




해외 주식 + 미수 + 몰빵 + 뇌동매매 끝에 80% 손실을 경험했지만 어디다가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틴더에서 만난 어떤 여자 사진만 보고 모아둔 돈을 전부 홀라당 날려버렸다는 이야기를 대체 누구한테 할 수 있을까? 엄마한테? 친구한테? 여자친구한테? 생각해보니 그땐 여자친구가 없었다. 아마 있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졌을 테지만, 어쨌든 한 번 된통 당하긴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위안 삼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4가지 종합세트를 한방에 얻어맞고 낸 수업료가 천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가 맞다. 그래도 다시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원칙을 돈 주고 샀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은 값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어떤 교훈을 한 번 겪었다고 고스란히 뼈에 새겨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세 번 정도는 처절하게 깨져야 비로소 정신을 차릴까 말까 하는 썩어빠진 근성의 소유자기 때문에, 교훈이고 나발이고 당장 머리는 하얘지고 눈은 풀린 상태로 어버버 하기 시작했다. 


회사 기숙사에 살면서 고물 중고차 한 대도 없고 이렇다 할 명품도 없이 그저 사치라곤 주말에 본가로 돌아가 BHC에서 뿌링클을 시켜먹을까 BBQ에서 황금올리브 치킨을 시켜먹을까 고민하다가 이번 주 배민 쿠폰이 있는 BHC에서 치킨을 시켜먹는 게 낙이었던 나에게 이런 뭉탱이 돈이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쓰라린 아픔이었다. 내가 써보지도 못한 돈. 써 보기는커녕 현실감을 느껴보지도 못한 돈이 그냥 날아가기를 여러 번. 뭐, 언제부터 내가 돈이 있었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동안의 내 인생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에 돈을 잃고 나서는 나 자신을 위해서 갖고 싶은 건 사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른 게 고작 30만 원짜리 메종키츠네 가디건이었고, 50만 원짜리 질스튜어트 패딩이었다. 여태 써보지도 못하고 갖다 버린 돈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명품도 아니고 적당히 좋은 옷 한 벌 사는데도 여기가 싼 지 저기가 싼 지 고민하고 네이버에서 검색, 구글에서 검색, 패션 커뮤니티에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다. 30만 원어치 주식, 50만 원어치 주식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고민을 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더 부끄러운 건 그때도 '아니다'이고, 지금도 '아니다'이다. 새삼스럽게 나란 녀석은 전혀 발전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지만 어쨌든 주식을 사는 것과 현물을 사는 것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 구입하고 나서의 만족감을 생각하면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옷을 사거나 차를 사거나 가전제품을 사는 쪽이 효과가 크다. 당장 그 물건의 효용을 누릴 수가 있다. 그런데 주식은 당장 손에 들어오는 게 없다. 오히려 고정된 가치를 변동 가치로 바꾸는 행위이기 때문에 마음이 더 쓰이고 초조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더욱더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맞다. 현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순간, 그 가치는 내 손을 떠나간다. 오르고 떨어지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시장의 흐름에 따라서 변할 뿐이다.


사실이 그러할진대 왜 주식을 구입할 때는 막살까. 그나마 재무제표라도 쓱 훑어보고, 차트라도 한 번 돌려보고, 다트에 들어가서 회사 경영자가 누구인지, 전환사채고 유상증자고 이력은 있는지 들여다보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잘 모르겠고 그냥 산다. 그리고 기도한다. 오르기를. 떨어지면 불안하다. 그제서야 뭐 하는 기업인지 찾아본다. 테마가 어떻고, 3년간 매출 추이가 어떻고, 저 때는 이래서 올랐고 지금은 이래서 떨어지고. 그나마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면 다행이다. 이 종목을 계속 들고 갈지, 손절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야 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근거는 될 테니까.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까지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전전긍긍하다가 손절 치거나 존버라는 미명 아래 본전까지 올라오면 홀라당 팔아버린다. 당연하게도 내가 손절한 이후, 운이 아주 좋아서 본전에 물량을 넘긴 이후 쭉쭉 상승하는 게 국룰이다. 


정말이지, 세 번에 걸쳐서 큰돈을 잃어버리는 와중에도 공부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뭐 하는 코인 인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샀다가 홀라당 날려먹은 17년도, 단기매매로 빠르게 돈 벌고 싶은 욕심에 차트에서 비법을 찾으려고 헤맸던 18년도, 그리고 업계인의 정보를 믿고 (사실 사기였지만) 시드를 날려먹은 19년도. 세 번 깨지고 나면 그래도 정신 좀 차려야 되는 게 사람일진대, 여전히 나는 답이 없었다. 최소한 이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파악도 없이 매수 결정을 내리고, 이평선 각도와 지지선을 판단 근거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누가 좋다는 종목이 귀에 들어오면 관심종목에 추가해 놓았다가 현금이 생기면 그냥 샀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 방법의 끝에 결실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덜떨어진 인간이 무슨 주식을 한다고 하는 걸까. 정말 병신 같다. 깔깔깔. 하면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쨌든 백스페이스가 아니라 스크롤을 내렸다는 것은 이 글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있다는 이야기니까. 


투자를 시작한 이래 계속해서 크고 작은 손실을 본 끝에, 단일 거래로는 가장 큰 손해를 보았다. 한 방에 크게 얻어맞는 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말라가는 것보다 더 나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다. 


어쨌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다. 현실에서 계속 원화 채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8시에 회사에 출근했고, 빠르면 6시, 늦으면 다음날 기숙사로 돌아왔다. 매 달 일정한 금액이 통장에 찍혔고, 명절이 되면 보너스가 나왔다. 6개월 정도 모으면 천만 원 정도의 돈을 만질 수 있었고 다시 베팅에 나섰다. 그렇다. 나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투기도 근거 있는 투기가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률이 한없이 낮은 도박을. 그걸 몰랐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렇게 2019년도 저물어가고, 2020년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캠사기에 당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