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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an 27. 2021

결과만 좀 좋았으면 해요. 과정은 모르겠고.

(책) 한국이 싫어서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태워 줘서 하와이에 왔다면? 언제 또 누가 자기를 헬리콥터에 태워서 다시 남극으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맞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속빈 강정일 뿐이다. 물론 그 결과가 어마어마하다면, 모든걸 뒤덮을 수 있을 정도로 과실이 알차다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그 단 한번의 결과 위에 새로운 시작이 이어질 테니까. 그러나, 모든걸 뒤엎는 인생역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서울 중심지 아파트 한 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요즘이다. 천지개벽의 기회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멀어져만 간다. 


일확천금의 희망이 사라진 지금, 우연히 손에 들어온 결과는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는 기생충이 되어버릴 수 있다. 단 한 번 찾아온 행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생각하고, 행운의 결과를 레퍼런스로 삼아 계속 같은 아웃풋을 바라게 된다면, 자멸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과정이 중요하다. 내 힘으로 이루어낸 '결과'가 있다면 그 성공의 경험을 반복하여 더 나은 결과와 더 체계화된 과정을 닦아나갈 수 있다. 결과를 도출하기까지의 단계단계가 나에게서 발현되고, 나의 선택이 쌓여왔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란게 정말 난해하다. 어떤 큰 가이드라인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세세하게 짚어주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본인의 노하우를 바닥까지 긁어서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의 경험이 다르고 너의 경험이 다르기에 문장 하나 하나가 뜬구름잡는 소리로 들리고, 노하우랍시고 펼쳐놓은 지도가 종이쪼가리로 보인다. 100의 아웃풋이 나에게는 1의 인풋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건 1의 인풋을 모아서 100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1을 모아야 되는지, 내가 받아들인 1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1인지, 또 내가 모은 1들이 시너지가 나는 조합인지 아니면 오히려 서로 해가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힘들다. 


눈을 감고 100피스짜리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다. 눈은 퍼즐을 다 맞춰도 뜰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퍼즐을 맞추긴 맞춘것 같은데 사실 맞췄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그 퍼즐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퍼즐을 맞추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꼭 해야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쉽게 결과만 수확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왜 늦을까 자책한다. 어쨌든 빨리 퍼즐이 완성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퍼즐을 맞추는 것도 힘들진데 사실 모아든 퍼즐조각조차 없다. 없는걸 가지고 맞추려니 맞춰지나. 조각을 모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퍼즐은 완성되고 나서야 그 모습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어떤 조각은 전혀 쓸모가 없는 조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100개짜리 퍼즐에 필요한 조각은 200개가 될 수도 있고 1000개가 될 수도 있다. 조각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나에게 필요한 100개를 솎아내기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완성의 때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모든 과정이 지난 후, 퍼즐이 완성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다. 그래서 포기한다. 그래서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포기하는 순간 거기서 끝이다. 물론 이 퍼즐말고 다른 놀이를 찾아 나서도 된다. 하지만 거기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물론 여기보다 쉬울수도 있고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는 쉽지만 나한테는 엄청나게 높은 난이도로 다가올 수도 있다. 마냥 쉬운 길로만 다닐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과제를 마주해야할 날이 찾아온다. 그 과정을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고서 성공할 길은 없다. 누군가는 운좋아서 성공했는데요? 그렇다. 하지만 너와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그 성공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폭죽일 수도 있기에 부러워할 필요없다. 


화려해보이는 성공의 뒷면에 반드시 지난한 '과정'이 수반된다는 건, 냉정한 머리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정말이지 언급하는것 조차도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나도 필연적인 이야기다.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대기업 사무직 대졸공채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 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12년간의 의무교육기간이 수반된다. 합격하게 되면 월 300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데 16년의 기간을 쏟아부었다. 그 '과정'의 끝에 얻는 아웃풋이 월 300만원이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연봉 1억을 찍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10년이다. 연 1억의 아웃풋을 만들어내는데 자그마치 26년의 '과정'이 수반된다. 


이 길이 쉬워보이는가? 


사실 쉽다. 답안지가 이미 나와 있다는 점에서 쉽다. 좋은 대학에 가기위한 학원과 과외, 인강이 널리고 널린건 더 말하기 입만 아프다. 목표하는 기업에 딱 맞춘 스터디모임이며, 자소서 첨삭이며, 면접학원에 스피치학원까지 없는 게 없다. 인상이 문제라면 성형이라는 옵션도 있다. 직장에 들어가서 빠른 승진을 위한 길? 이것 역시 방법은 누구나 알고있다. 그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은 길을 걸어가면 된다. 상사가 시킨건 밤을 새워서라도 마무리해서 올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보다 일찍와서 가장 늦게 퇴근하며 내 인생을 갈아 회사와 상사에게 바치면 된다. 그에 대한 댓가는 돌아온다. 방법은 대충 머리에 그려지지만 그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싶은 삶. 노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노력에 수반되는 정신력과 시간투자가 어마어마하다.  


16년을 공부하고 또 다시 10년 이상, 일반적으로 20년은 개고생해야 겨우 연봉 1억을 손에 쥐는 산업역군으로 행세할 수 있다. 그렇게 얻어낸 자리를 지키려면 계속해서 스스로를 갈아넣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이러할진데, 나는,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가? 과정 없는 결과라니?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그리고, 시작하자. 나만의 '과정'을 쌓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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