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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12. 2021

홍대에서 발견한 투자 원칙 세 가지

주식에 3천만원 꼬라박고 쓰는 글 11

2018년. 코로나가 오기 2년 전. 나는 매주 홍대에 갔다.


딱히 일이 있어서 간 건 아니다. 집과 회사의 중간 지점이 홍대입구였다. 경기 북부에 위치한 회사와 서울 남부에 위치한 집. 중간지점 홍대입구. 금요일 저녁 퇴근버스를 타면 7시 정도에 홍대입구 전철역 근처에 내린다. 평일 회사 기숙사에 살다가 서울 공기를 쐬는 순간, 그냥 집에 가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딱히 목적지도 없고 우물쭈물하다가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아쉬운 날은 한쪽으로 비켜나 사람 구경을 한다. 누구 기다리는 양 자연스럽게.


홍대에 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연령대를 망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국적도 다양해서 중국인과 일본인은 예사고 태국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곳. 나는 주로 사람들의 신발과 옷을 구경했다. 요새 유행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 하는 게 내 관심사였다. 딱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샌 뭘 걸치고 다니나 궁금했다. 빼박 '아재'가 되어가고 있는 나이인지라 최신 트렌드가 뭔지 알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었다.


휠라. 내 기억에 휠라는 이미 브랜드 가치를 상실한, 한 물 간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초, 중학교 때 유행하던 지나간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브랜드는 있다 정도의 애매한 포지션. 에버라스트나 카파처럼 반짝하고 들어간 그런 느낌. 그런데 그 휠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3,4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면 아마 큰 임팩트가 없었을지 모른다. 그들을 나와 비슷한 패알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휠라를 찾는 사람들은 3,40대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앳돼 보이는 10대, 20대가 휠라를 입었고, 신었다. 아마도 그들은 브랜드의 쇠락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휠라라는 이름이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지만 디자인이 나쁘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신발 디자인을 보니 최근 유행하는 어글리 슈즈 컨셉을 잘 짚어낸 느낌이었다. 구찌도 조금 보이고 발렌시아가도 조금 보이는, 트렌디함을 취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몇몇 사람들은 휠라 로고가 그려진 티를 입기도 했다. 로고 그 자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휠라라는 브랜드 자체가 힘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던 와중에 홍대입구 8번 출구 역 근처에 휠라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1층에 위치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자리에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깔끔한 내부에 조도가 아주 밝은 조명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근처를 돌아보니 매장 근처 유동 인구가 꽤나 있었다. 홍대입구 근처 1층 매장이라니. 여기서 퍼즐이 맞춰졌다. 휠라는 된다.


몇 주가 지나고 휠라 주식을 매수했다. 정말 아쉬운 건, 아직 주식에 대한 공부는커녕 개념조차 모호한 주린이 그 자체였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 전혀 공부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저 휠라라는 한물 간 이미지의 브랜드가 이제 10,20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고, 그 증명으로 실제 제품을 소비하는 인구의 증가와 핵심 상권에 들어선 오프라인 매장을 보았다. 몇 주 지나니 휠라 브랜드가 크게 쓰여진 티 셔츠를 입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대형 나이키 스우시 패턴이 그려진 티를 입고, 아디다스 로고가 그려진 옷을 소비하듯이 휠라의 레벨이 올라갔다는 증거였다.


당시 주식을 매수한 시점이 아래 첫 번째 원이었다. 지금 같았으면 들어갈 수 있었을까 싶은 자리다. 이미 저점에서 상승을 시작한 지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주린이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지금은 내공이 부족하기에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도 생각된다. 아무튼 이후 상승을 지속하다가 확 꺾이는 지점이 있었다. 그 아래꼬리에서 매도를 했다. 이 시기가 막 기술적분석을 접하던 시기였다. 5일선이 10일선을 데드크로스 하면 팔아라, 20일선은 생명선이니 20일선 이탈 시 팔아라. 그런 소리를 유튜브에서 듣고 '아, 이건 지금 팔아야 돼'라고 생각하고 팔았다. 거짓말처럼 매도하고 나서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지더니 그날 이후 두 배 이상이 올랐다.

휠라홀딩스 주봉


이렇게 두 건의 투자가 마무리되었다. 지난 10편에서 소개한 LG디스플레이와, 휠라홀딩스. 두 종목 선정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주변 생활 반경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다.

    -. LG디스플레이 : 생활권 근처에 위치한 회사. 평소 디스플레이 산업에 관심이 있었음

    -. 휠라홀딩스 : 실제 사람들의 소비 변화를 목격함. 패션 산업에 대한 관심


2. 매수 후 장기 보유함

    -. 지금 생각해보면 시나리오도 없고 계획도 없는 매매였다. 하지만 가격에 기업 가치가 반영되기까지 덮어놓고 있었기에 수익을 취할 수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계좌를 들여다봤다면 결코 유의미한 수익을 달성하기 못했을 것이다.


3. 감당 가능한 금액을 투자했다.

    -. LG디스플레이는 군생활 이후 통장에 남은 50만 원을 모아서 투자했고, 휠라홀딩스는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단일 지출로는 가장 큰 금액인 100만 원을 투자했다.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큰 비중의 금액을 넣었지만 감당 가능한 금액이었다. 어차피 통장에 잔고가 차 있던 시기가 아니었고 절대 금액도 적었다.


지금도 곱씹어볼 만한 세 가지 원칙이다. 익숙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충분한 기간 인내한다. 또한 그 인내를 위해서는 멘탈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감당 가능한 금액일 때 멘탈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에 깡통 차게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된다. 그 반복된 경험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기에 퇴사라는 카드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될 날이 언제 다가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날이 오긴 올 거라는 것이다. 막연한 기대나 희망만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미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많은 선배 투자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사실은 누구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이 곧 답이다. 다만 그 문장을 머리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과, 체화하고 체득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 과정을 통틀어 가장 크게 다가온 한 문장이 바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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