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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Sep 23. 2021

공부,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공부를 검색해보자. 공부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우는 것 + 익히는 것. 우리는 배우는 것에 주로 집중한다. 학원을 가고, 유튜브를 듣고,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상담을 받으며 무언가를 배운다. 배우는 과정은 어느 정도 수동적인 면이 있다. 배움을 주는 주체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그렇다. 누군가가 배움을 주고 나는 받아들인다. 이것이 오늘 다루고자 하는 배움의 가장 큰 속성이다.


배움과 달리 익힘은 다소 낯설다. 학창 시절 수학 교과서로 진행되는 수학 수업을 생각해보자. 수업 때 선생님이 무슨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도 대충 시간만 때우고 있으면 언젠가 수업은 끝난다. 그리고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수학 시간이 끝나고 숙제는 수학'익힘'책으로 나간다. 배웠으니 익히는 과정이 따라온다. 이 수학익힘책을 풀면서 우리는 무지와 대면한다. 머리를 굴리고 뇌를 짜 내 문제를 풀어나간다. 수업 때는 대충 아는 것 같은 문제를 수학익힘책에서 만나면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풀리지 않으니 짜증이 뒤따른다. 


그렇다. 익히는 과정은 짜증을 수반한다. 짜증이 나는 이유는 어려우니까. 그리고 나의 무지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불편함 때문에.


익힘이 없는 배움만을 지속하면 어느 정도 대충 아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계속 안고 갈 수 있다. 현실에서 그 배움을 써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적용해보려고 하면 효과가 그다지이다. 배운건 잔뜩인데 막상 써먹을 수 있는 건 쥐꼬리만 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한다. 분명히 배우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딱히 익히는 과정이 없어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배움 뒤에 따라와야 할 익힘을 외면한다. 


배우는 건 물론 중요하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을 수 있다. 배움은 인풋의 과정이다. 새로운 퍼즐 조각을 모으는 것과 같다. 퍼즐 조각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모았으면 이제 조합할 차례다. 조각이 산처럼 쌓여있어도 맞추지 않으면 소용없다. 물론 우연히 맞춰지기도 한다. 조각이 워낙 많으면 자연스럽게 모인 조각들의 모임이 어떤 의미를 띠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연은 우연일 뿐이다. 그 조각의 더미에서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우리가 미루어둔 '익힘'이다.


익힘은 공부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무리 머리에 이것저것 쏟아부어도 스스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퍼즐 조각도 맞추어야 완성되는 것이고 벽돌도 쌓아 올려야 건물이 된다. 아무리 좋은 칼과 활이 있으면 뭐하나. 내가 사용법을 모르면, 사용법을 알더라도 직접 수련하지 않으면 말짱 도무룩이다. 당장 최 신예 전투기가 우리 손에 쥐어진다고 해도 이륙은커녕 시동이라도 걸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익히는 과정은 어렵다. 위에서 이야기한 무지와의 대면이 두려워서 피하게 되는 게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내가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현실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배움의 과정은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입장에서 배우기만 하면 됐다. 잘 듣고, 잘 보고, 잘 쓰고, 잘 기록하고, 잘 기억하고.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숱하게 반복한 그것이다. 몇 년이나 수 없이 반복해온 그 행위들. 그런 의미에서 배움은 쉽다. 어떻게 하는 게 잘 배우는 것인지 안다. 그런데 익힘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 된다. 주체도 나도 대상도 나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  


또 한 가지 익힘이 어려운 이유로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배우는 건 보통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쨌든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 유튜브 한 편을 보더라도 뭔가 했다는 뿌듯함이 따라온다. 그러나, 익힘은 그렇지가 않다. 제대로 하는 게 맞는지, 얼마나 해야 되는 건지 딱 오는 느낌이 없다. 차라리 수험생 시절이라면 가끔씩 보는 모의고사 결과로 익힌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지만 우리가 어른이 되어 행하는 수많은 익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량적인 피드백이 애매하거나 직 간접적으로 측정은 되지만 직관적이지 않은 분야들이 그렇다. (글쓰기, 스피치, 매력도, 주식, 운동, 유튜브 등)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우리는 익힘보다는 배움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익힘을 모른척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그럴듯하다. 그럼 이 하기 싫은 익힘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을까? 다른 게 없다.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 우리는 변화를 참 싫어한다. 안 하던 거 시키면 하기 싫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어떻게든 스스로를 달래서 매일 하게 만들면 그다음은 쉽다. 일상의 범주로 새로운 습관이 추가되면 우리는 알아서 그 시퀀스를 반복 실행한다. 뭐, 우리 기대보다는 떨어지겠지만 그 정도는 받아들이자. 우리의 기대와 달리 우리는 인간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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