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식을 잘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할 일이 없음에도 출근해서 퇴근시간만을 바라보며 지루한 초침의 연속을 견디자는 의미는 아니다. 주식을 사놓고 방치하며 존버라는 이름표를 얹어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시간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어린아이에게 어른이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기는 어렵다.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빨리 될 수 있는 그런 개념도 아니다. 그래서 그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되돌려줄 뿐이다.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아이는 대부분 어른이 된다. 아주 높은 확률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주식 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 대다수는 고수는커녕 원금이라도 까먹지 않으면 다행이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로 점점 침잠하며 원금회복이 주식인생 절대 목표가 된 심해어로 변한다.
개인투자자 중에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슈퍼개미 또는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는 업계인의 답변을 살펴보면 높게는 10%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100명 중 5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전문가는 개인 중에서는 유의미한 숫자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식으로 꾸준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개미의 수는 너무나도 적어서, 어쩌면 우리가 책과 강연, 유튜브로 접하는 사람들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주식으로 수익내기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지 방법을 깨치기만 하면 그 뒤는 쉽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복리의 마법이 알아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연 15% 이상의 수익을 확정적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이 주식투자와 직장생활과 병행했을 때 10년이면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
초기 투자금 2000만 원, 매 달 200만 원씩을 적립해서 연 15% 복리로 늘어난다고 가정하자. 10년 뒤 원금은 6.4억이 된다. 8년 차부터는 연간 수익이 5000만 원을 상회하기 시작하여 10년 차에는 연 8000만 원이 넘는 돈이 불어난다. 물론 경제적 자유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 8000만 원이면 웬만한 직장인 연봉 이상의 액수이니 충분히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판단한다. 참고로 위 시뮬레이션을 20년까지 이어가면 2000만 원 원금에 월 200만 원 적립으로 시작한 나무가 31억이 된다. 30년까지 이어가면? 무려 130억이다.
우리는 이런 식의 시뮬레이션을 숱하게 봤다. 숱하게 봐 왔기에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더불어 상기한 복리 계산에 따르면 하루라도 먼저 시작하면 나중에는 작은 차이가 몇 십억, 몇 백억의 차이를 만든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익을 보는 건 당연하고, 재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들뜬다.
주식시장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수익은커녕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들다. 연평균 15%든 20%든 우리가 접하는 숫자 뒤에는 대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인생이 그저 무난하게 평탄하기만 했을까? 지금 와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많은 사건을 겪었을 것이고 웃고 울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머리 아프게 고민하기도, 가슴 아프게 사랑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도 있고 보란 듯이 멋진 인생을 꾸려가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 보면 그냥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그 사람 하나하나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수 십 권의 소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위에서 언급한 연 15%라는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그냥 숫자로 보면 그런가 보다. 나도 언젠간 어른이 되겠지.처럼 생각이 들겠지만 당연하게도 공짜로 손에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격지 않고 어떻게 어른이 되겠는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도 맞다. 어린아이가 어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매 순간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과정을 십 수년 겪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학교에 가는 것도, 부모와 싸우는 것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전부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과 과정 끝에 어른이 된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어른이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어른이든 삶의 과정을 겪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수익률이든 수익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찬란함 뒤에 숨은 지난한 과정과 겪어온 노력, 체화된 경험을 직시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두 눈으로 똑똑히 쳐다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투자의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