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Mar 14. 2022

욕심과 공포를 이기는 방법 : 시나리오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상기하게 되는 단어가 '욕심'이 아닌가 싶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한 원동력도 욕심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몰빵투자를 하게 만드는 것도 욕심이다. 주가가 올라도 더 오를까 봐 못 팔고 떨어져도 혹시나 오르지 않을까 못 파는 것도 욕심 탓이다. 욕심으로 시작해서 욕심으로 망하는 게 주식투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주식투자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순간 욕심과 떨어져 있기 힘들다.


다들 알다시피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돈 벌 욕심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초보들은 대게 그 욕심과는 다르게 큰돈을 배팅하지 않는다. 너무 무서우니까. 욕심을 공포가 이긴다. 나도 처음에는 100만 원 주식계좌에 넣는 것도 큰 결심이었다. 10만 원씩 10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평가손익이 마이너스 30만 원이 찍혀 있을 때는 가슴이 떨렸다. 이렇게 큰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잃게 생겼다니!


하지만 공포는 오래가지 않는다. 공포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마이너스 30만 원에서 시작한 손절 행렬은 마이너스 300만 원이 되었는데도 무덤덤해진다. 그런 손절과 손절이 모여 어느새 마이너스 3000만 원을 돌파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계좌가 녹아있음을 발견한다.


우리가 처음 마이너스 30만 원을 맞닥뜨렸을 때의 공포를 기억하는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비로소 회사의 이름을 네이버에 쳐서 검색해보고, 비로소 차트에 줄 그어가며 현재 주가의 위치를 파악하지 않았던가. 왜일까? 그 공포는 어디까지나 30만 원어치의 공포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컨트롤되는 정도의 공포이기에 건설적인 방향으로 우리를 움직였다. 3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에서 오는 공포였다면 어땠을까? 이때는 정말 머리가 하얗게 변하면서 손이 덜덜 떨린다. 상황은 이미 내 통제 범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손절을 치게 되고 이게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패닉셀이다.


정리하면 욕심이 동기가 되어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욕심 때문에 주식을 쉬이 사고 판다. 곧 욕심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욕심을 잡아먹는다. 오를 땐 욕심이 작용하고 내릴 땐 공포가 작용하면서 우리를 괴롭힌다. 오를 땐 욕심이 작용하기에 이것저것 끌어와서 풀 배팅을 하고 싶어지고 내릴 땐 공포가 작용해서 가진 물량을 다 팔아버리게 만든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 버는 건 누구라도 안다. 그런데 참 바보 같게도 쌀 때는 팔고 비쌀 땐 산다. 맨 정신에 보면 정말 누굴 바보로 아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의 단순한 문장이지만, 우리는 참 바보 같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욕심과 공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이라는 게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마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마음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니다. 마음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 마음이라는 단어부터가 틀렸다는 말이다. 의식 수준에서 마음에 대한 통제는 말 그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받아들이자.


좋다. 어쨌든 마음이 내 맘대로 안된다는 이야기를 미심쩍지만 그렇다고 치기로 결정했다면 그다음은 시나리오 세우기로 넘어가야 한다. 주식은 대응의 영역이라지만 우리는 대응이 안된다. 대응이랍시고 장중에 사고팔았던 수많은 경험을 복기해보시라. 더 벌 수 있었는데 일찍 팔아버렸던 배아픔과 쓰린 가슴 안고 홀랑 팔아버렸던 주식이 나를 버리고 훨훨 날아간 경험이 수두룩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사기 전에 시나리오를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


기준은 가격이 될 수도 있고, 날짜가 될 수도 있다. 또는 특정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마음에 두고 있는 A종목이 있다. 이 종목이 마음에 든 이유는 3년 내 적자가 없는 기업이고, 코로나 이후 저점에서 200% 이상 상승하지 않은 종목이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책의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인수위가 구성되고 공약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는 시점 근처에 큰 슈팅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시점부터 투입하고자 하는 전체 금액을 10개로 나누어 하루에 1/10씩 종가로 매집한다. 목표 금액은 전고점 부근 -10% 지점으로 설정하되,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통령 임명 전에는 매도한다. 매집 도중 평가액 -10%를 돌파하면 전량 손절로 대응한다.


적어도 매수와 매도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은 그리고 매수를 시작해야 한다. 대충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들어가면 대처가 가능하다. 마음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미리 세운 시나리오가 있기에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시나리오대로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그때 가서 시나리오대로 행동하지 않고 또 후회할 수 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도 된다. 본래 사람은 하루 이틀 만에 바뀌지 않는다. 설령 지키지 않더라도, 후회하더라도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 자체가 큰 전진이다. 처음에는 위 예시처럼 단순하기 짝이 없이 시작한 시나리오가 경험과 후회가 쌓이면서 점점 두꺼워지게 될 것이다. 그즈음이 비로소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게 되는 시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투자에도 노력이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