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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y 09. 2022

하락의 고통이 느껴지십니까?

'21년 11월 이래 '22년 5월까지도 고통스러운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언젠가는 전고점을 회복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승에 상승을 거듭할 주가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당장에 찍혀있는 마이너스와 매일매일 목 빠지게 기다려도 회복되지 않는 주가를 마주하다 보면 이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손절할 수 없는 이유 : 


1. 말은 그렇게 해도 차마 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놓아버렸다가 언제 다시 올라갈지 모른다는 것. 그 타이밍을 감히 예측하는 것이 나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팔고 나면 주가는 상승했고 내가 사고 나면 주가는 하락 반전했다. 


2. 지금 손절하기에는 찍혀있는 마이너스가 너무나도 커져있는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된다. 평가손실 따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찍혀 있는 마이너스 금액을 보면 가슴이 쓰린 것은 사실이다. 또 써보지도 못하고 버린 금액만 커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 금액을 회복하면 눈 감고 사고 싶었던 차를 질러버리자. 싶기도 하다. 


3. 세 번째 이유로는 손절하는 시나리오가 사전에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간을 두고 분할 매수하는 시나리오는 세웠지만 손절하는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손절할 종목이었으면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일이기에 손절할 수가 없다. 다만 시나리오상으로는 이렇게까지 물려있을 생각은 못했다. 지난 20년을 돌아봐도 이렇게 지지부진 주가가 흘러내리는 경우는 몇 번 없었다. 하필 딱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인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못내 아쉬운 점 : 


1. 현금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현금도 하나의 종목이라는 말. 평소에 달러 예금을 통해 현금을 비축하다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통해 쉽게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 부자들은 위기 때마다 쟁여둔 현금을 통해 싼 값에 자산 쇼핑을 한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다. 내가 돈이 얼마나 있다고 현금에까지 자산배분을 하지? 돈을 놀릴 바에야 어떻게든 짜 내서 일하게 만들어야지.


현금 비중이 없이 자산을 운영하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있다. 많이 있다. 이래 저래 주워들은 사람들만 해도 숫자가 꽤 된다. 나와 그 사람들의 차이점 : 그들은 현금을 자산으로 들고 있으면서 위기에서의 대처가 유기적으로 되는 사람들. 나는? 그게 될 리가. 주가가 폭락하면 언제까지 떨어질지 어디서 적당히 현금을 확보해야 할지 모른다. 어어 떨어지네 하면서 물 타고 물 타다가 더 이상 탈 물이 떨어지면 손 빨고 기도 메타로 전환한다. 그나마 마련해 놓은 현금이라도 있으면 저점에서 양동이로 물 타는 것이지만 현금이 없는 나는 수도꼭지 틀어놓고 손바닥으로 물을 받아 커다란 욕조로 나르는 정도다. 물을 타도 티가 안 난다.  


물론 전문가라고 다 아는 건 아니다. '20년도 코로나 저점에서 레이달리오는 현금을 잔뜩 들고 더 큰 하락이 온다고 얘기했다. 인류 레벨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도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혹은 음모론점 관점에서 직접 투자하는 개미들의 물량을 마지막까지 쥐어짜기 위한 멘트였을지도 모른다.


2. 섣부른 자산 배분과 몰빵이 두 번째 아쉬운 점이다. 현재 국장과 미장 두 곳에 포트폴리오를 분배해서 굴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투자한 시간이 많고 그래도 공부가 되어있는 국장보다 미국이라는 슈퍼파워의 이름만으로도 확신이 가는 미장에 더 큰돈을 투자했다. 지수 위주의 투자라서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가 오니까, 매크로에 투자한 미장보다 개별주식과 테마에 집중한 국장이 마음이 편하다. 아무래도 내가 공부했고, 아는 종목들이어서 그러겠지. 떨어져도 올라도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세워져 있는 종목들을 국장에서 굴리고 있고, ETF 투자 중인 미장에서는 아무래도 FOMC 결과라던지 우크라이나 전쟁의 큰 전황이라던지, 중국의 코로나 봉쇄라던지 기타 세계적인 이슈 전체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냐마는, 미장은 정말로 통제가 힘든 느낌이다. 


크게 굴러가는 건 아니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 굴러가던 바퀴를 더 굴리면서 야금야금 새로 얻은 바퀴를 시험해봤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확신을 갖고 비중을 실어버린 게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되었다. 물론 당장 3개월 뒤에 이 글을 보고 역시 미국이 최고라며 뿌듯해하며 그때그때 일희일비하는 우유부단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글 삭제 버튼을 눌러버리고 싶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다. 글은 남겨둘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어쨌든 지금은 크게 동요하는 상태는 아니다. 단지 조금 야속할 뿐이다. 이렇게까지 지지부진 주가를 쥐고 흔들 필요가 있는 걸까? 나도 아직 털려나가지 않았기에 더 떨어질 곳이 남아 있고 더 횡보하는 시간이 계속되는 걸까? 이번 봄 은퇴를 생각했지만, 물거품이 되어 버린 점이 아쉽다면 아쉽다. 그때 섣불리 회사 그만뒀다가 멘탈까지 조지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도감을 느껴버린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런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하락장은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영혼을 팔아서 얻은 한 바가지 현금으로 티도 안나는 물타기를 하며 주가가 올라가기만을 바라는 이 안타까운 마음. 아직 멀었다 고 혀를 차며 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22년 초여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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