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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May 18. 2022

이유를 알 수 없는 흔들림이 찾아올 때

알 수 없는 멘탈의 흔들림이 찾아올 때, 그때가 중요하다. 그럴 때 내가 왜 멘탈이 흔들리는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보통 기분이 좋을 때나 평이할 때는 스스로와의 대화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무언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무언가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그렇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생산적인 활동이나 머리를 조금이라도 써야 되는 활동은 뒤로 미루게 된다. 영화를 봐도 집중이 잘 안 되고, 유튜브를 봐도 마찬가지다. 짧은 개그 영상 위주로 보거나 게임 방송을 보거나 한다. 책을 봐도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긴 하지만 그저 단어의 나열일 뿐, 맥락은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간다. 


더불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이것저것 먹게 된다. 오늘은 서울우유 아이스크림 두 통을 사 왔다. 편의점에서 파는 1+1 제품이었다. 초코아이스크림 파인트 한 통을 먹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번 주에 나온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유튜브로 게임 방송을 봤다. 다시 배가 고파졌다. 까르보나라 불닭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그리고 입이 매운 핑계로 아까 사놨던 우유아이스크림 파인트 반 통을 해치웠다. 물론 점심도 저녁도 푸짐하게 먹은 이후의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잔뜩 밀어 넣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에 도달한다. 바깥은 어둡고, 배는 부르고, 뭐 한 건 없고, 내일 출근해서 해야 될 일이 머릿속을 채우면서 기분은 더욱더 좋지 않아 진다. 이 시간은 미국장이 열리는 시간인데 장 초반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멘탈은 더욱더 흔들린다. 오늘처럼.  


사실 멘탈이 흔들리는 것에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없다. 이것저것 이유를 붙이자면 붙일 수 있지만 사실 그런 이유들은 크리티컬 한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기분이 좋지 않는 걸 선택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물론 내 의식 수준에서 그렇게 느낄 수는 없다. 단지 그렇게 추측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 추측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갑자기 상황이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고 멘탈이 흔들린다?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언제나 회사는 가기 싫었고, 언제나 보고 준비는 짜증 났다. 언제나 주식이 떨어지면 언짢았고, 주식이 상승하더라도 신나는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늘어나는 뱃살은 언제나 거울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었고, 언제나 짜증 나는 뉴스는 계속해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사실 딱히 기분이 좋을 일이 없는 일상이지만 더 나빠질 이유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 나는 왜 기분이 나빠지길 선택한걸까? 삶에 지쳐서일까? 머리를 쓰지 않고 쉬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무언가 위로 올라가려는 상승 의도를 꺾으려는 음모일까? 내가 잘 되는 게 두려운 내가 내 안에 있는 걸까? 그저 모든 걸 두고 도망치고 싶은 걸까? 


혹은 그저 잠이 부족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죄책감 없이 아이스크림이 좀 먹고 싶었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나약한 인간이라는 자각을 잠깐 내려놓고 어리광 부리던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나 보다.  


이쯤되면 멘탈이 흔들린것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그저 허탈해진다. 자책할 일도 아니고 자괴감을 느낄 일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하루가 지나갔을 뿐이다. 딱히 뭐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 느낌. 곰곰 생각해보니 언제나 베스트 컨디션을 바라는건 나 스스로에게 실례가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향수를 잔뜩 뿌리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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