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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un 15. 2022

원칙을 어긴 대가

원칙을 지킨다는 게 참 쉽지 않다.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해도 쉽지 않은 건 쉽지 않다. 몇 번을 깨져도 후회해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버린다. 정말 어이없게도, 그렇게 된다.


이미 닷컴 버블과 리먼브라더스발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 역대급 하락이 지속되는 '22년 6월. 이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스닥은 고점에서 30% 하락했고, 하락장은 6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곧 바닥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이제 시작이니 더 늦기 전에 현금 확보가 필수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거센 폭풍이 지나가고 해가 뜨고 젖었던 옷을 말리고 무너진 잔해를 복구하고 나서야 그땐 그랬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 둘의 말이 다 맞을 수도 있다. 시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만, 지금부터 분할매수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였다라고 판단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느 시점에 건 대응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울 수 있는가. 가장 좋은 것은 항상 얼마만큼의 현금비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3월까지는 20% 정도의 현금을 남겨뒀었다. 고심 끝에 여기서는 무조건 들어가야 된다 싶은 시점에서 매수를 시작했다. 왼쪽 까만색 선이 그 라인이다. 머지않아 지수는 반등을 시작했다. 최초 진입 시 수익실현 라인은 오른쪽 검정선이다. 주가가 올라오면 알아서 팔리라고 예약 매도까지 걸어두었다. 나스닥 100 기반 3배 레버리지 종목으로 짧게 먹고 나올 생각이었다. 기대 수익률은 45% 정도였다.


처음 세웠던 시나리오대로 매매했다면 단기간에 어느 정도 현금 확보와 더불어 약간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매매하지 못했다. 본 장이 시작하기 전 프리장에서부터 주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내가 설정한 가격 즈음에서 주가가 형성됐다. 그럼 팔아야 되는데, 욕심을 부렸다. 아주 조금만 더 먹자고 생각했다. 그래 봐야 몇 퍼센트밖에 안 되는 정도의 수익이었을 뿐인데 뭐가 아쉬워서 그랬는지 예약주문을 취소하고 새로운 가격으로 재 설정했다. 그 선이 빨간색 선이다.


당연하게도, 빨간 선을 터치하지 못하고 주가는 빠졌다. 이후로 속절없이 밀리는 주가에 탈출각을 만들지 못하고 물려버렸다.



처음 세운 시나리오를 믿었더라면 20%의 현금비중이 30%가 되어,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었다. 아마도 특정 시점부터 분할 매수를 시작해서 전체적인 평균 단가를 낮추거나 나스닥이 고점에서 30% 떨어진 지금 같은 시점에 뭉텅이가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에서 주도적인 매매를 이어갈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금은 물린 주식으로 바뀌어 언젠간 처리해야 할 숙제 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 패착이다. 정말 보수적으로 운용했어야 할 자금을 지켜내지 못했다. 나중에 더 크게 잃을 수도 있었던 것을 지금의 교훈으로 막았으니 다행이라고, 오히려 행운이라고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같은 실수를 처음 한 것이 아니었다. 수 없이 반복하는 실수고, 또다시 반복하게 될 실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


하나 : 의지력을 발휘해서 최초 설정한 시나리오를 미래의 내가 훼손시키지 않게끔 항상 정신을 차리고 있을 것. 그것을 위한 상시 멘탈관리가 필요하다.

둘 : 저렇게 특정 구간에서 욕심을 부리더라도 일부만 타격을 입게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덩어리를 쪼갤 것.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셋(제일 중요) : 박제해서 두고두고 돌려볼 것. 100번을 깨져야 비로소 깨우치고 고칠 일을, 10번 깨지고 10번씩 복기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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