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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15. 2022

타조 효과와 투자 한계

타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맹수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면 타조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를 모래에 박는다. 위험이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남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귀를 막음으로써 위기를 회피하는 현상을 흔히 타조 효과라고 한다.


티브이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인터넷 기사에서도, 옆자리 직장 동료에게서도, 친구들 카톡방에서도 어디서나 경기 후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거품이 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산시장이 박살 났다는 말들을 한다. 역대급 하락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심리는 움츠러들고, 그저 이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한 마리의 타조가 된다.


우리는 정말 타조와 다름없는 걸까? 위기가 닥쳤고 위험을 인지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종국에는 목숨마저 잃게 만드는 멍청한 프로세스를 따르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을까? 슬프게도 그렇다. 타조 효과라는 말은 사실 타조를 빌려 표현한 우리의 모습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고 현재와 유리시켜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고방식은 고스란히 계좌의 손실,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판단으로 말미암은 애매한 현실을 불러온다. 이는 곧 투자 실패로 귀결된다. 



타조는 현존하는 조류 중 가장 크기가 크다. 수컷의 경우 신장이 2m가 훌쩍 넘어 평균 2.5m에 이른다. 몸무게는 100~150kg 정도 된다. 타조는 날지 못하는 대신 다리가 길고 근육질이며 발가락이 퇴화하여 지면에 닿는 면적이 적다. 따라서 달리기에 있어서 발군의 능력을 자랑하며, 시속 50km 이상으로 장기간 달릴 수 있다. 또한 타조는 눈이 크고 시력이 좋아 최대 가시거리가 20km, 우리가 흔히 하는 시력으로 환산하면 25.0이다. 1km 밖 거리에서 12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타조가 포식자의 위협이 닥쳤다고 머리를 땅에 박고 모른척한다는, 타조 효과는 과연 진실일까? 20km 밖에서부터 천적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가 혹여 근처에서 만났다고 해도 빠른 속도와 지구력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상술했듯이 덩치 역시 거대해서 쉽게 사냥당하지도 않는다. 


타조 효과라는 말은 타조가 고개를 숙여 땅에 있는 먹이나 소화를 위한 자갈 등을 먹는 모습을 오해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타조의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동물도 생명의 위기를 감지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태연히 머리를 어딘가에 처박고 위기가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혹시 그런 개체가 있었다면 애초에 포식자에게 잡아먹혔다. 참혹한 약육강식의 진화 속에서 도태되어 절멸한다.


타조 효과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타조보다 못 한 존재가 되었다. 위기가 닥쳤음에도 위기를 위기인 줄 모르고 계속해서 모른척하며 눈을 감고 귀를 막아왔다면 이제라도 눈을 뜨고 귀를 열자.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복잡한 위기에 대처할 정도로 충분히 진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렇기에 위기가 닥쳤을 때 회피하고 싶은 심리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당연함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정말로 고개를 땅에 처박고 모른척한다면, 무조건적인 확률로 포식자의 먹이로 전락한다. 


도망쳐야 할 때는 도망쳐야 하고 맞서 싸울 땐 맞서 싸워야 한다. 타조 효과는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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