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필요한 덕목이 이런저런 것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아무래도 계속해서 탐구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투자하기로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유라면,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조차 그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심지어 대학교든 앞에 나와서 문제풀이를 시키는 선생님을 여럿 만났을 것이다. 그때마다 호명될까 두려워 떨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과목에 자신이 있거나 미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었을 때는 그렇게 두려운 느낌은 아니었다. 굳이 손 들고 나서진 않지만 내가 걸려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 거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만한 상황일 때는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났다. 제발 나만 아니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누군가에게 내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웠다.
주식투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을 진다. 그렇기에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떳떳해야 한다. 나를 속이면서 하는 투자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 또 없다.
그렇기에 내 투자 이유를 정리해야 된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스스로를 속이기 쉬워진다. 어디서 들어보니까 이 회사가 잘 나갈 것 같더라. 재무제표 보니까 나쁘진 않아 보이더라. 주가도 적당히 싼 거 아닌가? 물론 이 정도만 되더라도 투자에 있어서 아주 망할 일은 없다. 재료에 대한 분석도, 기본적 분석도, 차트에 대한 분석도 한 숟가락 씩은 들어가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투자 고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변 사람들 정도는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재료가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이런저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람들끼리의 거래로 이루어진다. 나도 그렇고 내 옆 사람도 그렇고 다들 투자자이거나, 잠재적 투자자이다. 시장 참여자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의 생각과 느낌과 감각이 모여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래서 어떤 기업에 대한 그럴듯한 분석이 널리 받아들여진다면 그 기업은 오른다. 반대로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은 근거로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꼭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 근거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내가 잘 알 것이다. 이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투자를 결정한 근거가 진짜 말이 되는 근거인지. 누군가에게 말해도 될 정도로 자신 있는 것인지.
보통은 근거에 기반한 판단 보다도 빈약한 논거지만 꼭 믿고 싶은 어떤 동기에 의해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변 사람들이 카카오로 돈 벌었다길래 나도 카카오 주식을 산다거나, 어떤 회사가 과거에 전기차 관련주로 분류되어 상한가 간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매수한다거나, 코로나가 곧 끝나고 마스크를 벗으면 화장품 회사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매수를 한다거나 하는 게 그 이유다. 각각의 이유 하나만을 보면 훌륭하다. 하지만 주식이 오르고 내림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에 한 두 가지의 이유로 매수 결정을 내리기엔 부족하다.
특히나 주가의 움직임이 내 예상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이 주식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가지 찾아야 한다. 어떤 주식이 오를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를 찾았지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이유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처 고려하지 않은 다섯 가지 이유로 인해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물론 이 다섯 가지 이유가 없어지고 오를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만 남게 된다면 다시 주가는 오를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찾은 세 가지 이유 역시 영원하지 않다. 결국 오를 이유뿐만 아니라 떨어질 이유까지 찾아서, 그 이유들이 상쇄되고 정말 오를 수밖에 없는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주식이 왜 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탐구를 해 나가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던질수록 근거는 탄탄해지고 이 탄탄함을 기반으로 환경적인 변수 혹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흔들림에도 버틸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