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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2. 2022

평범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나요?

평범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은 언제나 예스다. 평범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조금 애매모호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점이 자연스레 겉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고, 이것 저것 주위 눈치 보면서 남들 하는 건 대충 따라가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럼 여기서 질문.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우리가 회사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우리가 대학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취직에 필요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의무교육이라서 그런 것이니 일반적인 선택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 전반부에서 선택다운 선택의 처음은 고등학교에서 갈린다. 과고/외고/자사고/인문계/실업계/예체능계 어떤 학교에 가서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지 구분된다.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지는 시기가 고등학교 시기다.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간다. 공부 머리도, 신체 능력도, 예술적인 감각도 지극히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2학년 때 문과/이과를 나누어 나름 진로에 특화된 수업을 받게 된다. 특화된 수업이라지만 어디까지나 평범의 범주에 속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존재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함이다. 좋은 대학에 가서 괜찮은 직업을 얻고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그러나 결국 평범함의 범주 이내인, 평범한 사람 중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은 생활을 하고자 함이다. 물론 이는 고등학생 본인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보통 부모의 생각이거나, 부모의 생각도 부모 자신의 생각이 아니고 사회 기득권의 생각, 사회 구조 자체의 생각이나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적당한 대학에 진학하여 적당한 직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쟁의 세계에 머리를 밀어 넣고 말 그대로 박 터지게 싸운다. 경쟁에서 선택된 사람들은 꿈에 그리던 적당한 직업을 얻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회사에 출근하고, 월급을 받는다. 


인크루트에서 '22년 8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가 원하는 평균 연봉은 3,880만 원, 실제 구직자가 받게 되는 연봉은 고용노동부에서 '21년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평균 3,291만 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5,084만 원이다. 조사 시점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구직자의 희망 연봉과 실제 받게 되는 연봉에는 차이가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입사해 초봉 5,0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소수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2,983만 원을 받는다. 물론 세금은 별도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대부분은 연봉 3,000만 원 미만을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대학 시절 꿈꿔왔던 4,000만 원에 육박하는 연봉에서 1,000만 원 정도는 깎인 것이다. 부족한 연봉을 만회하기 위해서 직장에서 승진을 꿈꾸기도 하고, 처우가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을 마음먹기도 한다. 그러나 승진이든 이직이든 쉽게 되는 일이던가? 어느 방향이든 몇 년은 납작 엎드려 일을 배우고, 돋보이는 성과를 내기까지의 담금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긴 시간과 인내를 요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안다. 


긴 시간과 인내를 갖추고도 연봉을 많이 받는 자리. 곧 임원. 혹은 처우가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생리적으로 그 하면 된다는 것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서의 성공. 사회에서의 성공은 온전히 본인의 능력 혹은 퍼포먼스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더 그렇다. 본인의 업무 능력은 기본으로 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능력이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의 필수 요소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기름칠하고, 성공의 동아줄을 야무지게 움켜잡아 하늘 높이 올라가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사회에서의 성공을 일찍이 포기하게 된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능력 따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사회에서의 성공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하루하루 돈을 벌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정년퇴직까지 받게 될 기대 연봉을 계산해 봐도 서울은커녕 수도권에 그럴듯한 아파트 하나 구입하기 힘들다. 물론 어느 시대라고 내 집 마련이 힘들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다만 지금은 누가 어디에 얼마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어떤 지역이 비싸고 어떤 지역이 싼 지에 대한 정보가 말 그대로 낱낱이 드러나 있는 시대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내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가 내 머릿속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이런 쓸데없는 정보 쪼가리가 나를 괴롭힐수록 더욱더 현실은 초라하게 비친다. 


초라한 현실도 어쨌든 현실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실을 거부하고 싶어도 그대로 죽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이 삶을 멋지게 가꾸고 싶을 뿐, 현실도피가 목표가 아니다. 일하지 않고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좋은 수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에 싫어도 회사에 나간다. 회사는 점점 발전하고 나라의 힘도 커지는데 내 월급은 왜 정말 먹고 살 정도만 주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안고서 일을 한다.


그런 와중에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들려온다. 코인, 주식, 부동산. 최근에는 NFT까지도. 그리고서 충분한 공부 없이 큰돈을 집어넣는다. 당연하게도 잃는다. 한두 번 잃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계속해서 잃는다. 잃고 잃고 또 잃는다. 잃으면서 얻는 게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눈이 돌아가서 돈을 집어넣던 시기를 지나와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 돈을 잃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기 그지없다.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그렇게 쉽게 오는 걸까? 그렇게 쉽게 왔다고 쳐도 그렇게 쉽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게 맞는 걸까? 


여기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어야 한다. 인생을 바꾸는 게 쉬웠다면 누구나 입맛대로 인생을 바꾸지 않았겠는가? 쉬워 보이는 길은 당연하게도 나락으로 가는 길이다. 내가 그렇게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건물주의 딸이나 재벌집 아들로 태어났겠지. 아니면 태국 왕자로 태어났다거나. 


그렇다면 이 쉬워 보이는 길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여기에 대한 답도 자명하다. 공부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에 그렇다. 공부가 충분히 되고 나서 길은 열린다. 지나고 나면 쉽다. 우리가 보는 여러 주식 고수들, 자산가들을 보면 돈을 참 쉽게 번 것처럼 보인다. 리먼 때 운 좋게 몇 배 불리고 그 돈 안전하게 투자해서 더 커진 거지 뭐. 시대를 잘 만나서 IMF 때 20배 번 거, 그걸로 아직까지 풀어 먹고 있는 거야. 지금 우리 눈에 쉽게 돈 버는 사람들은 실제로도 쉽게 큰 돈을 벌어들인다. 그 쉽게 돈을 벌기까지 이어온 지난한 세월의 공부와 몇 년 몇 십 년 겪어온 경험들, 그 과정에서 숱하게 느낀 고뇌와 좌절, 전전긍긍 마음 졸이며 지내온 나날들. 화려함의 이면에 숨은, 성공의 토대를 이루는 필수 요소들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도 돈을 벌 수 있긴 한 걸까?


당연히 그렇다. 다만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일 년 연봉 3,000만 원이 채 안 되는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최소 대학 4년 공부는 마쳐야 한다. 적당히 졸업하든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 관리를 하든 4년 간 최소 이수해야 되는 학점이 존재한다. 최소로 생각해서 대략 120학점, 한 학점당 15시간의 수업시간(서울대 기준)을 계산하면  수업에만 총 120*15 = 1,800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듣는 시간만큼만 따로 추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졸업까지 필요한 시간은 3,600시간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4년간 3,600시간을 투자해서 연봉 3,000만 원을 벌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제시하는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하는 시간이 올라가면, 연봉도 올라갈 것이다. 취득하는 학점에 따라 지원 가능한 회사가 달라진다고 이해하면 쉽다.


그렇다면, 주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주식이 아니라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가상화폐든 유튜브든 스마트 스토어든 아니면 창업이든 장사든 노래든 춤이든 힙합이든 어떤 분야던지 그 정도의 노력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되는 거 아닐까? 그 정도 시간 투자도 없이 성과를 바란다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한 결과로, 실패한다. 특히나 직접적으로 돈을 투입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경우에는 두 눈 시퍼렇게 뜬 상태로 돈이 녹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4년간 3,600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여하면서 새로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고 겪을 것도 많을 것이다. 구루가 되기 위한 1만 시간까지는 아니어도 범인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은 해야 한다. 그 정도의 베이스 없이 성공을 바란다는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최소한의 투자 없이도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평범한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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