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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Aug 23. 2022

금리 역전과 환율 상승을 마주하며

한/미 기준금리와 원달러 환율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은행 안쪽에 걸린 환율표가 눈에 들어왔다. 원달러 환율이 가장 위에 있었는데, 사는 가격이 무려 1360원 넘게 찍혀 있었다. 1300원에서 왔다 갔다 하던 때가 말 그대로 엊그제인데 벌써 1300원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린 것인가. 1200원도 비싸다고 생각해서 환전을 미뤘었고 1300원도 상상이 안 되는 숫자였는데 이제는 1400원을 향해 가는 것인가. 가슴이 철렁했다.


작년 10월부터 매일매일은 아니고 비 정기적으로 금리와 환율의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최근의 추이만을 머리로만 훑고 지나가는 정도였다. 가장 최근의 감상은 7월 말,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되는 지점이었다. 그 이전에도 이미 1300원을 터치한 환율은,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역전하고 나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기준금리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5월 즈음부터 해서 외환보유고를 털어 그나마 환율 방어에 나선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통계가 외환보유고의 빠른 소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만 환율을 조진건 아니고 유로화도 그렇고 엔화도 그렇다. 엔화 가치 하락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지켜봤지만 이제는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미국 주식을 더 사기 위해서는 높은 환율로 환전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뒷맛이 씁쓸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금리가 붙어버린 6월, 그리고 역전된 7월에 달러를 매수했으면 단기간에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 달러로 미국 주식을 사든 다시 원화로 바꾸든 간에 말이다. 외환보유고를 말 그대로 탈탈 털어서 환율 방어할 것도 아니고, 미국 혹은 캐나다 같은 나라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의지도, 실력도 없는 깡통 정부에 대한 기대는 1도 없었기에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금리가 딱 붙었는데 환율 변동이 거의 없네? 심지어 역전됐는데도 1300원을 지켜주잖아? 1300원에 잔뜩 사놓으면 손해 볼 일은 없겠는걸? 하지만, 사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달러 매수를 하지 못했는가? 


첫째, 돈이 없었다. 대부분의 현금은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으로 들고 있기에 가용한 현금이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추가로 레버리지를 사용할 생각도 없지는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현금은 아니기에 망설이게 되었다. 심리적인 마지노선 밑으로 현금 비중이 내려가는 것은 아무래도 꺼려지는 것이다.


둘째, 경험이 없었다. 환율이 이렇게까지 오르는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고,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법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실행해 본 적은 없었다. 모든 상황이 환율의 급등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처음 가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세계적인 위기가 닥치면 환율은 여지없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더욱더 그렇다.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안 그래도 많은데 거기에 더욱더 불을 댕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비중을 가져갈 때 원화로 들고 있기보다는 달러로 환전하여 가져 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를 들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는 불가능하지만, 달러라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달러가 강세일 때는 원화를 사고, 원화가 강세일 때는 다시 달러를 사는 식으로 시소게임하듯이 비중 조절을 해 나간다면 현금 비중이 단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현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또 다른 투자의 시드가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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