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조 Sep 11. 2022

무위험 환율 투자의 기회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목전에 둔 지금. 안전한 환율 투자의 기회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가 아니었을까. 이명박 정권 때 밀려온 세계 금융위기. 강만수 부총리는 '원 없이 돈 썼다'라고 회고할 정도로 환율 방어를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그 패턴을 익힌 외국인들은 원달러 시장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환율 방어는 실패했다. 외환보유고를 있는 대로 털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큰 흐름을 돌릴 수는 없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전쟁이 박차를 가하기 직전인 '17년도 1월. 문재인 정권에서는 캐나다와의 무제한 통화 스와핑을 체결했다. 캐나다 달러는 미국 달러, 파운드, 엔, 유로, 스위스 프랑 등 주요 경제 강국들과의 무제한 스와핑 협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 세계 기축통화국 전체를 상대로 한 계약과 마찬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이는 시장의 충격을 잠재우고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통화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캐나다와의 통화 스와핑 협정 발표 날 원달러 환율은 7% 넘게 급락했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초입이었던 '20년도 3월. 한국과 미국은 60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고, '21년까지 연장되어 효과를 발휘했다. 정권이 바뀌고 '22년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통화 스와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불발되었다. 같은 해 7월 옐런 재무장관과 한은 총재와의 회담이 있었지만 미국의 입장은 예년과 180도 달랐다. 


'21년부터 이미 연준에서는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테이퍼링이 끝나감에 따라 금리인상 역시 곧 따라올 것임이 자명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금리는 건전한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몇 차례 인상을 마친 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변동성을 과연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을 가졌어야 했다. 


보통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무역수지의 흑자를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평가절하했지 나서서 환율을 올리고자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국에서 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환율 조작국 역시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시장에서 외화를 매입하는 규모 등을 정량적 평가 기준으로 내세우지만 해당 조사의 시발점은 언제나 자국통화에 대한 평가 절하로 시작된다. 하지만 자국 통화에 대한 평가 절하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했을 때 국익에 도움이 된다. 주로 원자재를 수입해서 중간재를 만들어서 파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특성상 원화 가치의 급락과 동시에 무역수지도 마이너스로 반전하고 기업들의 수출도 곤두박질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처는 훌륭했고 여러 지표로 나타나는 기초 체력도 만만치 않게 보였다. G7 확대회의와 여러 국가 정상과의 회담 등에서 보여준 우리나라의 외교력 역시 뛰어났다. 그러나 아무리 현재 상황이 좋아 보이더라도 배의 키를 쥐고 있는 지도자에 따라 그 방향이 쉬이 꺾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중국의 5천 년 역사와 문화를 말 그대로 '조져버린' 문화 대혁명은 단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다. 그리고 그 문화 대혁명의 전조로 중국 경제와 산업 기반을 '박살 낸' 대약진 운동은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단 5년 만에 일어났다. 5년이면 경제와 산업 기반을 박살내기 충분한 시간이고, 10년이면 5천 년 문화를 조지는 데 있어서 부족하지 않은 기간임을 중국을 통해 알 수 있다.


무능한 지도자와 그 무리에게 정권이 넘어가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수준도 딱 그만큼의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 온 가닥이 있기에 어찌어찌 비벼지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위기와 이어지는 노골적인 코리아 패싱.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 위상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불과 1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환대와 미소는 없어진 지 오래, 지금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싶어 하는 동네 잡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닥친 현실이다. 


한국의 위상과 더불어 돈 가치 역시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위기상황에서 대처는커녕 문제의식도 갖지 못하는 아마추어 정부를 우리보다도 외국인이 훨씬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상황의 악화는 점차 심각해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현실에 더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가 불가능한 인물과 정당의 집권. 게다가 이 집권세력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제1 목표로 천명한 집단이다. 그런 집단이 과연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금리 인상을 해 낼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못하다. 금리 인상은 곧 전세대출이라는 사상누각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고, 정권의 유일한 목표이자 유일한 존재 이유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불러온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환율의 상승은 너무나도 자명한 결과였다. 말 그대로 무위험 투자 기회. 가능한 만큼 원화를 끌어와 달러로 바꾸기만 했어도 벌써 몇십 퍼센트의 수익을 깔고 갈 수 있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환전한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꾸어 폭락한 코스피 시장에서 추가적인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고, 달러 그대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는 다양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꽃놀이패로 사용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다시없을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달러 그 자체로 이득을 봤기 때문에 주가 폭락기에 투자에 대한 욕심을 덜 내면서 차분히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은 덤이다. 


그럴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과, 무리의 집권은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세워보자. 가장 쉽고 먼저 해야 할 일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들고 있는 것이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시장 예측이 가능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