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있어 정말 중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초심이라는 건 무엇일까? 바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처음 주식을 사면서 나는 이 주식으로 두 배를 벌어야지, 차를 사야지, 집을 사야지, 인생을 바꿔야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소액을 투자하며 치킨값이라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그때를 떠올려보라.
몇 번이고 반복하지만 투자에 있어서 욕심을 내려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다. 어떤 좋은 기법도, 어떠한 마켓 타이밍도, 어떤 기회를 가져다가 붙여도 거기 욕심이 추가되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투자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은 파동과 같아서 오르고 내림이 반복되기에 그렇다. 언제까지나 오를 것 같은 주가도 곧 꺾이는 타이밍이 온다. 언제까지 내리꽂을 것 같던 주식도 한 번쯤은 고개를 빼꼼 들게 마련이다.
여기서 욕심이 한 스푼 얹어지면 팔 때 팔지 못 하고 살 때 사지 못한다. 주가가 올랐을 때 욕심을 그만 내고 팔아야 수익이 된다. 한 없이 떨어지는 것 같던 주식이 고개를 들 때, 그때 더 먹을 욕심을 내지 말고 손실의 축소에 감사하며 손절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올라갈 것 같아서 들고 있다가 떨어지더라도 그 고점에서의 달콤한 미 실현손익을 본전으로 생각하고 팔지 못한다.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손해보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누가 봐도 올바른 판단이지만 욕심이 눈을 가린다. 머릿속에는 이미 고점에서의 수익이 가득 차 있다. 저기까지만 가면 팔아야지. 생각하지만 절대 그 수준으로 올라가 주지 않는다. 그렇게 수익은 줄어들어 본전 수준에 오고, 이내 본전을 넘어 바닥으로 향한다. 이제는 더더욱 팔기 어려워진다. 욕심부린 자신을 원망하며 본전에만 와봐라 다 팔아 주마. 생각하지만 막상 훌쩍 뛰어서 본전에 오면 팔지 못한다.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탈출 기회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쓸데없는 욕심을 내다가 내 손으로 손해를 창조한 경험을 누구나 수 십 번씩 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없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투자 생활을 해 나가면서 누구나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다. 그러면서 욕심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욕심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어 나간다. 욕심에 대한 대처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미리 팔아야 할 지점을 정해 놓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나리오를 세워 놓는 것이다.
태풍이 온다는 재료를 기반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생각하자. 큰 태풍이 오면 여러 시설물에 피해 갈 발생할 것이고 그 잔해에 대한 수습이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폐기물 처리 회사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장마가 끝나갈 즈음 폐기물 처리 회사 주식을 샀다. 이어지는 첫 번째 시나리오. 태풍이 왔다.
이번 태풍은 정말 큰 태풍으로 여러 피해가 예상된다고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언제 팔아야 할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위기든 기회든 실제 닥치기 이전, 예상하고 상상하는 시점에 기대감을 부풀리고, 위험에 몸을 떨며 미리 대비하도록 진화해왔다. 면접을 보더라도 면접장 문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가장 떨리는 법이고 소개팅을 하더라도 소개팅 직전이 심장 박동수가 가장 높다. 그렇기에 실제 태풍이 닥치기 이전, 사람들의 두려움이 최고치에 달한 그 시점에 팔아야 한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 날 혹은 며칠 전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태풍이 오지 않았을 때. 재료를 믿고 매수한 주식이지만 실제 재료가 실현되지 않았으므로 팔고 나와야 한다. 어차피 태풍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변동성도 높지 않을 것이다. 얼마간의 이득이라면 이자라고 생각하고 손해라면 배팅에 대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정리하면 된다. 이럴 때 괜히 욕심을 부려서 이유 없이 주식을 들고 있다가 예상치 못하게 얻어맞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렇게 재료를 통한 시나리오든, 회사의 재무적인 가치를 보고 시작한 시나리오든, 혹은 시대변화를 보고 만든 시나리오든, 시나리오에 기반한 매매를 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가격으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식이 얼마까지 오를지는 잘 모르겠으니까 전체 물량의 반은 10% 오르면 무조건 정리하도록 예약 매매를 걸어 놓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렇게 미리 매도를 걸어 놓으면 시장의 움직임을 보며 한 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굳이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팔리면 팔린 것에 기뻐하고 안 팔리면 팔릴 때까지 기다리며 시나리오에 결점이 있는가 살펴보면 된다.
이렇게 시나리오에 기반한 매매가 체화되면 아무래도 욕심이 작용할 거리가 줄어든다. 사실, 욕심이 발현되는 것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저렇게 시나리오대로 매매했다고 치더라도 욕심이 분명히 작용한다. 예를 들어 태풍이 오기 전날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짭짤한 수익을 얻었더라고 할지라도 다음날 태풍의 위력이 생각보다 훨씬 커서 관련주가 연속 상한가를 가는 결과가 나온다면 아 그때 안 팔았으면 지금 얼마를 벌었는데 하며 아쉬워하는 것이 사람이다. 가격 기준으로 미리 매도를 걸어서 반절의 물량을 10% 이득을 보고 팔았지만 당일 상한가로 마무리한다면? 미처 챙기지 못한 20% 수익에 대한 아쉬움과 내일도 급등하면 더 벌어질 수익금에 대한 배아픔이 따라온다.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로 만들어 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이렇게 내 손을 떠난 주식도 내 것처럼 마음대로 상상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심지어 10% 이득을 보고서도 남은 주식이 아직 반이나 있음에도 그렇다.
정리하면, 투자에 있어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욕심 자체를 없애기는 너무나도 어려우니 그 욕심이 작용해서 일을 망치지 않게끔 미리 시나리오를 세우고 매매를 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