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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Sep 25. 2022

환율의 급변과 시장의 하락을 마주하며

아무래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을 때가 찾아온다. 무너지는 계좌를 보면 멘탈도 함께 무너짐을 느낀다. 지금까지 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그렇지가 않다. 여태 해 온건 뭘까. 깨지고 부딪히며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했지만 고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의 고난은 미래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닐까 스스로를 자위하며 힘을 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깨져나간 계좌가 복구되지는 않는다. 한 번 엎지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엎지른 물은 엎지른 대로 빨리 수습하고 그다음을 생각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문제는, 한 번 엎지른 물이 말 그대로 한 번 엎지른 것으로 끝나지 않는 데에 있다. 물만 엎지르고 끝났다면 오히려 다행인 경우가 많다. 엎지른 물이 바닥에 둔 컴퓨터 본체로 들어가 컴퓨터가 망가진다던지, 바닥 마루에 스며들어 나무가 썩어버린다던지 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행이 더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으로 얘기하자면 바닥 밑에 지하실 있고 지하실 밑에 지하 2층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


지금의 하락도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S&P500은 고점 대비 20%, 나스닥은 고점 대비 30% 하락했다. 100년간 경기 침체기 평균을 살펴보면 S&P500이 30% 정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지금의 하락은 아직 하락의 중간 정도일지도 모른다. (물론 주가의 변동에 있어 과거의 평균은 그 자체로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다만 대략적인 기준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


지난주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금리인상 점도표가 공개되면서 시장은 한층 더 냉각되었다. 6월 저점을 찍고 이어진 반등은 금리인하 시점이 생각보다 빠를 것을 기대한 상승이었고, 이후 상황이 좋게 돌아가지 않자 슬금슬금 하락을 시작했다. 그리고 9월 FOMC에서 하락을 가속하는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 연준의 물가 안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고, 말뿐 아니라 앞으로 4.5%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못 박아 버렸다. 


경기침체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면 슬그머니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추거나 심지어는 금리를 내려 침체만은 막지 않을까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적당히 하다가 발 빼겠지 하는 심리를 완전히 밟아버리고자 하는 의지를 처음 보인건 아니었지만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했다. 이제보니 완전 정색하고 진지하게 궁서체로 이야기하고 있음을 모두가 느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박살 났고, '22년 6월 형성된 전 저점을 향해 고꾸러지고 있다. 


지난번 형성된 저점에서 새로 추가된 악재는 1. 연준의 강경한 의지와 더 올라간 목표 금리, 2. 러시아의 동원령 두 가지다. 금리 인상과 전쟁. 지금의 하락을 유발하고 지속시키고 있는 쌍끌이 악재가 한층 더 심각해진 황. 두 악재가 시장에 반영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가는 이미 전 저점까지 도달한 상황. 가볍게 유리 바닥을 깨고 새로운 저점을 찾으러 심해로의 여행을 떠날 것이 높은 확률로 그려진다. 


문제는, 이번의 추가 하락으로 형성될 저점이 과연 진짜 저점일까? 에 대한 의문이다. 지금은 목표 금리를 4.5%대로 이야기했지만 다음 달에도 물가지수가 제대로 꺾이지 않는다거나, 실업률 및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미적지근하게 증가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연준의 목표 금리는 5% 위로 치솟을 것이고 시장은 5%대 금리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저점을 찾으러 고개를 아래로 쑥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2년 6월 형성된 저점이 이번 하락의 진짜 저점이고, 4.5%대 금리와 러시아의 동원령을 감안한 수준이 9월 23일 종가이며 다음 주부터는 선반영이라는 이름 하에 다시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추가 하락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고,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하락할 때는 하락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득세하여 이곳저곳 나오며 유명해진다. 상승할 때는 상승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굴을 알리고 이름을 떨친다. 오르면 롱돌이가 먹고 내리면 숏쟁이가 먹는 투자 시장과도 같다. 


예측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측이 맞든 틀리든 간에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세워보고,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관찰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시장의 흐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멘탈과 투자 결정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에 그렇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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