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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Dec 08. 2022

인플레이션, 전쟁 이후의 금융 시장

최근 유가가 하락함에도 코스피와 나스닥은 하락 반전했다. 금값은 횡보 중이며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초반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인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이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은 경기침체를 반영할 것인가 말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침체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다가올 침체를 반영하여 더 떨어질 것이고, 이미 침체의 한가운데라면 아직 겪지 않은 침체의 바닥만큼 더 떨어질 것이다. 혹은 이미 침체의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경우라면 주가는 전 저점을 지키며 올라 줄 것이다. 


아직은 침체가 오지 않았다는 의견이 중론이며, 침체가 오긴 올지 온다면 어떤 얼굴을 하고 올지 누구도 모른다. 어떤 의견이던지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전문가 집단을 가져다 붙일 수가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제각각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이 수 없이 많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대세 상승장은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성장하며 가져온 평범하지 않은 호황이었고, 이제 그 시기가 끝나가기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중국이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성장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다시 예전 같은 성장 시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외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의견이 존재하며 그 의견 하나하나에는 각각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 방향의 근거를 뒷받침해주는 수많은 논거를 들 수 있다. 이런 논거는 소위 주식 전문가들의 전문 영역이다. 항상 맞는 전문가는 없다.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틀리다. 그래서 언제나 시장에서 주목받는 전문가도 없다. 어떤 시기에는 이 사람이 어떤 시기에는 저 사람이 주목받는다. 


확률적 사고를 하자면 과거에 반복된 패턴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과거의 금리 인상기에는 시장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경기회복의 초입단계에서 실물경제가 탄탄하게 뒤를 받쳐줄 때 슬금슬금 금리를 올려나가 정상 범주까지 이율을 원복 시켜왔기에 그렇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풀린 돈은 어마어마했다. 미국에서만 10조 달러 이상의 돈이 풀렸다. 정부에서 마이너스 재정을 집행함으로써 시장에 직접적으로 돈을 푸는 것에 더불어 더 직접적인 재난지원금까지 광범위하게 공급했다.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채권 매입으로 인한 간접적인 돈 풀기와는 차원이 다른 유동성을 시장에 직접 수혈한 것이다. 역사에 없었던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는 금방 살아났고 더불어 주가도 치솟았다. 


급속도로 경기가 회복되며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연준은 금리인상 시기를 늦췄다. 경제 회복 초입이 아닌 이미 회복될 만큼 회복되고 나서 금리 인상을 시작해버린 것이다. 유동성의 범람으로 살아났던 시장은 수도꼭지가 잠기자 언제 올랐냐는 듯이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장 하락의 핑계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우크라 전쟁에서 수혜를 봤으면 수혜를 봤지 경제가 망가지고 시장이 급락할 재료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세계 산유국 1등인 미국이 유가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가장 많이 보았고,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각종 전쟁물자로 인하여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이득도 보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미국과 2강으로 분류되던 러시아의 군사력이 막상 열어보니 2강은커녕 중국과 싸워도 싸움이 될까 싶은 정도로 처참한 수준임이 드러났기에,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하던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군사력이 사실은 전 세계 확실한 1강임을 증명해주었다. 


이렇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미국에 있어서는 아주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재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은 이 재료를 악재로 둔갑시켜 주가 그래프를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렇게 전쟁에 대한 리스크와 치솟는 물가에 대한 공포심리를 근거로 S&P는 20%, 나스닥은 30%를 떨어뜨렸다. 그리고서 잠시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CPI와 유가의 흐름으로 알 수 있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최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음이 확실해진 지금,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해소되었지만 시장은 악재 해소만큼의 효과를 반영시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시장 하락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장치였을 뿐인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이야기는 기업이 생산원가나 인건비를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곧 기업 수익성에 큰 영향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인플레이션이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인플레를 악재로 반영했다.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2022년 대하락의 2대 악재로 등장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어떠한 형태로 마무리되더라도 시장의 상승을 가져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사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작용했었고 전쟁 특수가 사라졌기에 주가는 더 하락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거대 악재가 사라졌음에도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웬만한 호재로는 시장의 상승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이슈만 터져도 즉각 악재로 반영되어 전 저점을 갱신하며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다. 작은 이슈로 시장이 출렁거릴수록 하락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패닉 셀'이 발생하는 시점이 바로 이 시기다. 어떤 재료도 시장은 악재로 인식해서 주가를 내리꽂기 시작한다. 웬만한 투자자의 멘탈이 버틸 수가 없다. 


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시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철저한 과거 사례 연구도 아니다. 충분히 조정받고 다시 회복되기까지 시장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자금력과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투자에 앞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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