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감정으로 하나는 전략으로 (PSST사업계획서)
나는 요즘 사업계획서와 브랜드 전략을 동시에 짜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처음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는 정부지원금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문서, 다른 하나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감성 설계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이 둘은 같은 내용을 약간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사업계획서는 '왜 이 사업이 타당한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이고,
브랜딩 전략은 '왜 이 브랜드가 필요한가'를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글이다.
그리고 그 설득의 대상이 정부든, 투자자든, 소비자든, 우리는 결국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사업 아이템을 기획할 때, 처음부터 두 가지 버전으로 동시에 접근한다.
브랜드의 언어로 풀기
사업의 언어로 설계하기
이 두 언어가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를 최근 진행한 케어푸드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뚜렷하게 경험했다.
(컨설팅 내용을 기반으로 하되, 실제 내용을 담기 어려움을 이해부탁드립니다.)
이 제품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부모님과 밥을 먹을 때
"이건 좀 질겨서.."
"요즘은 이런 게 소화가 잘 안돼"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과자를 싫어하시는 게 아니라, 엄마를 위한 과자가 없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시작한 아이템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부드러운 식감과 영양을 고려한 간식, 케어푸드였다.
브랜딩 단계에서는 이 아이템에
'어떤 감정이 담겨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배려의 한입]이었다.
(1) 페르소나 정의 - 50대 이상, 갱년기 이후의 엄마
이 제품은 노년층이 아니라 중장년층,
그중에서도 자신의 건강을 자각하기 시작한 50~6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이젠 먹는 것도 좀 조심하게 되더라..."
"요즘은 과자도 좀 무서워서 안 먹게 돼..."
"배가 편해야 하루가 편하지"
이런 말들에서 고객의 변화된 기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맛이나 가격보다 먼저 내 몸에 부담이 없을지, 과하게 달진 않을지, 소화가 잘 될지
이런 것들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세대였다.
그래서 정리한 핵심 페르소나는
나이 : 55세
라이프스타일 : 사족 중심, 건강에 민감,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함
니즈 : 부드러운 질감, 자극적이지 않은 맛, 작은 포장, 믿을 수 있는 성분
걱정 : 치아, 소화, 당분, 위장
(2) 브랜드 포지셔닝 - 기능보다 배려
케어푸드 시장에는 이미 의료용 식품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노인용, 환자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브랜드는 병원 식품이 아니라, 생활 속 간식이었다.
그래서 브랜드 포지션은
당신의 나이에 맞춤 배려 깊은 간식으로 설정했고,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편안함] 위장 부담이 없는 부드러운 질감
[정직함] 익숙한 재료, 복잡하지 않은 성분
[자존감] 나이 때문에 제약받는 느낌이 없는 브랜드 톤
(3) 톤 앤 매너 - 가족처럼 말하기
단순히 기능성 간식이라고 전달하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그리고 향후 출시되는 상품 라인업을 고려했을 때, 브랜드 확장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브랜드의 모든 언어는 마치 가족이 건네는 말처럼 구성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브랜드 메시지)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서브 메시지) 당지수가 낮고 저작에 용이한 식이 설계
(브랜드 메시지) 요즘 같은 때, 하루 한 입이면 충분해요
(서브 메시지) 갱년기 이후 영양 보완을 위한 구성
(4) 제품 요소에 전략이 녹아들다
브랜딩 전략이 정리되면 그것이 제품 형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소포장 (한입씩 먹기 좋게)
전면 표기보다 측면에 간단한 메시지 (내가 주는 선물처럼)
약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컬러톤
젊은 가족층이 선물하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
브랜드 전략이 감정의 언어라면 사업계획서는 전략과 논리의 언어다.
그래서 같은 아이템도 사업계획서에서는 PSST 분석을 기반으로 전개하게 된다.
Problem: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Solution: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Scale-up: 확장 가능한가
Team: 왜 당신인가
(1) P : Problem - 문제 정의는 시장과 사람 양쪽에서 찾는다.
이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단순히 "부모님이 딱딱한 과자를 불편해하신다"는 감정적 사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내부(고객 관찰)와 외부(데이터 기반 시장 정보)를 동시에 분석한다.
내부관점 : 고객의 실제 변화된 니즈
- 정성 조사(FGI)
50~65세 여성 대상, 식품 관련 불편 사항 인터뷰
→ 요즘은 과자 먹고 체할까 봐 무서워요
→ 단 게 너무 많아요,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요
→ 식감이 딱딱하면 그냥 포기하게 돼요
-고객 행동 변화
본인 식사 선택이 건강한 소화 중심으로 바뀜
식사 대용/소량 간식 수요 증가
배가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표현 빈도 증가
외부관점 : 시장 및 정책 환경 분석
2026년 기준, 국내 50대 이상 인구 비중 45% 돌파
노인 대상이 아닌 '프리시니어' 중심의 식품 시장 확대
고령소비자 대상 식품 트렌드 변화
영양 중심 → 소화, 흡수 등 기능성 포함
의료용 → 라이프스타일형 케어푸드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단순히 고령층 식사 대체가 아닌 건강 자각기 세대의 식생활 변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2) S : Solution - 제품은 감정보다 먼저 기능으로 설득해야 한다.
문제를 찾았다면, 이제 이 시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어떻게 제안하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브랜드 전략에서는 편안한 한입, 엄마를 위한 간식이라는 감정이 중심이었다면,
사업계획서에서는 이걸 아래처럼 기능적 솔루션 세트로 전환했다.
- 핵심솔루션 : 소화와 저작 부담을 줄인 건강 간식 제품군
수분 함량 제어 + 고형물 분쇄 → 치아 부담 최소화
자체 식감 테스트 완료
소화 부담 최소화 저당 설계 (GI지수 고려)
위 자극 적은 원료 구성 (식이섬유 중심)
1일 1회 소포장 (하루 권장량 기준)
간편한 휴대와 섭취, ‘건강 간식 루틴’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UX 설계
브랜드 UX + 감성 설계
‘선물 받는 듯한 패키지’ → 자존감을 지켜주는 간식
병원식 같은 느낌이 아닌, 가족이 챙겨주는 느낌의 메시지 구성
(3) S : Scale-up - 단일 제품 판매가 아닌 다양한 판매 구조와 타깃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의 수직/수평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건 아래의 2가지
업셀링 : 고객이 이미 구매한 제품보다 더 고가이거나 더 많은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유도하는 전략
크로스셀링 : 기존 고객에게 다른 카테고리의 보완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제안하는 전략
- 업셀링 (Up-selling)
초기: 부드러운 간식
이후: 정기배송 기반 루틴 제품으로 전환
제품군 확대 : 죽, 바, 수프 등 식사 대체형 케어푸드 확장 / 1일 세트, 1주일 플랜 패키지 구성
→ 소비자 1인당 평균 구매 단가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킬 수 있음
- 크로스셀링 (Cross-selling)
자녀 세대 대상 부모 선물용 건강 패키지 제안
영양 보충제, 건강 기능식품과의 연계 제품 구성
건강관리 코칭, 식단 관리 서비스와의 협업 판매
→ 제품을 단일 소비 경험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으로 확장
→ 재방문 및 추가 구매 유도 가능
- 글로벌 확장 전략
일본, 대만, 동남아 등 고령화 사회 진입 국가 중심의 수출 전략
‘K-케어푸드’ 스토리텔링 기반 프리미엄 건강식 브랜드 포지셔닝
현지화 제품 개발 및 자막 기반 콘텐츠 마케팅 연계
업셀링은 깊이, 크로스셀링은 넓이, 그리고 글로벌 전략은 경계를 넘어가는 확장성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구조를 함께 설계했다.
(4) T : Team - 왜 우리가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
이 사업은 단순히 건강한 과자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의 삶의 질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 시장을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에 맞는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팀을 구성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합니다.
브랜드와 제품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으며 실제로 소규모로 실행까지 연결할 팀
- 창업자 : 식품영약학과 전공 / 식품 관련 연구 및 실무 경험 보유
- 팀원 : 제품 개발자 (식품 제조사 근무)
- 네트워크 : 영양 자문 네트워크 확보 (가정의학과 전문의, 영양사 등), 식품 제조사 (OEM/ODM회사), 브랜딩/마케팅 파트너 (스몰웍스)
스몰웍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사업계획서든 브랜딩이든, 요청이 들어오면 두 가지 시선을 동시에 켜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클라이언트의 목적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더 집중할지, 혹은 전략 실행 계획에 더 무게를 둘진 달라진다.
하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다 보면 기획과 설계의 단계에서는 이 둘이 분리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감정선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비즈니스 구조와 시장 타당성으로 연결되고,
사업의 방향을 설계하다 보면 어떤 언어로,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가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항상 두 관점 모두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다.
사업계획서부터 시작한 고객에게는 브랜드가 어떤 언어로 이야기되어야 오래 살아남는지를 설명드리게 되고, 브랜딩 프로젝트를 의뢰한 분께는 정부지원금을 활용해 더 길게 사업을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꼭 뭔가를 ‘제안’하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이왕이면 이 브랜드가 더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흐름이다.
나는 지금도 브랜드의 언어와 사업의 언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가장 강한 기획이라고 믿는다.
그게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의 방식이기도 하니까.
이 글은 스몰웍스에서 브랜딩과 사업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기획자의 시선으로, 케어푸드 브랜드 프로젝트를 정리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