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도넛을 흘리고, 오지 않는 버스에 웃었다가 울었다가
일생에 있어 독립출판행사 자리에 작가로는 처음 나가는 자리였기에 더욱
긴장 반 설렘반으로 참여했던 용인 묵리에서의 첫 북페어.
완벽하게 그려놓은 북페어에서의 계획이 있었는데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계획하고 그려놓은 부스에 대한 준비에 대한 계획은
전혀 실행해나가질 않았다. 바라는 이상과 목표에 비해서 항상 그만한 시간 투자나
노력을 하지 않는 부분에서 안타까움이 컸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자기 합리화가 잘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참가를 위해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자 했을 땐
정말 재밌게도 북페어 참가 바로 하루 전이었다.
만들어진 콘텐츠도, 주문제작도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전에 작업해 두었던
일러스트 작업물에 내용을 입혀 A4 용지에 출력을 하고, 다이소에 들러 부스에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구입해서 기본에만 충실한 것들로 북페어에서 보여 줄 준비를 마쳤다.
부족한 준비 덕분에 기대로 기다려졌던 북페어 참가가 이내 걱정되기만 했었는데
시작 전,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시험과 난관 앞에 부딪혔는데
첫 번째로 용인 북페어로 가는 장소로 가는 도중 환승 위치를 헤맨 것
두 번째로 가는 길에 북페어 지인들에게 전달할 간식을 잊어버려서 찾아다닌 것(결국 못 찾음)
세 번째로 북페어로 가는 중, 환승 후 목적지까지 걸리는 이동시간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은 것
이런 이유들로 일찍 도착할 예상은 무산된데 이어서, 결국 지각까지 하게 되었다.
참가를 앞둔 사람치고 허점 투정이인 내게 화가 났다. 이쯤 되니, 아예 참가를 포기하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지만 마음을 다시 다잡고 북페어 장소에 도착했다. 역시나 도착하고 나니 북페어 참가작가님들은
개인부스 정리를 끝내고 여유롭게 북페어에 오신 손님들을 맞이하고 계셨다.
나 역시 뒤늦게 북페어 주최자분들과 작가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면서 준비를 시작하는데
감사했던 것은 반갑게 환영해 주시면서 준비까지 도와주신 분들의 배려와 밝은 미소에 힘이 났다.
가지고 온 책과 물품 정리를 마치고 나니 감사한 마음과 함께 곧 북페어 참가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영예롭게 느껴지면서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 가진 채, 앉아서 보니 맑은 하늘이
기분을 더 맑게 해주는 것만 같다. 날씨로부터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멋진 풍경과, 멋진 카페. 좋은 날씨까지, 좋은 분들 덕분에 북페어 장소로 도착하기까지 겪은
풍파들이 금세 잊혔고, 다양한 독립출판작가님들과의 만남에서 다채로운 에너지를 공유받아
눈과 마음이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용인 독립출판북페어.
내가 쓴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공감하고, 스토리를 궁금해하시는 분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책이 아니라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들 역시 더 큰 즐거움을 받고, 창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감정들이 참 벅차도록 행복했다. 함께 교감하고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고, 줄 수 있는 일은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을 확장시켜 주고 배워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창작세계를 통해
생동감 있는 영감과,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내게 언제나 즐겁고, 흥미롭다.
탈 많고 부끄러운 첫 북페어였지만 페어에서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부족함 없이 잘 계획하고 준비해서 또 다른 창작활동에서 멋지게 보여줄 수 있길 다짐하면서
2024 설레는 꿈을 이루어준 용인 독립출판 북페어 참여 후기 글을 이만 마무리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