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되었던 사연은 26살 여자분이 보내신 내용이었고, 그 여자분은
자주 가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잘생겨서 좋아졌고. 사귀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데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의 내용이었다.
솔루션 중 그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기억에 사연자가 남아야 하니
매일 같은 시간대에 방문하고, 같은 메뉴를 시켜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다가
한 번은 텀을 두고 카페에 방문해보라고 패널이 말했다.
그랬을 때 그 아르바이트생이 사연자에게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와
같은 질문을 하면 그 아르바이트생도 사연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이 사연을 지켜보며 같이 설레 하던 나는, 그 남자가 바로 떠올랐다.
작년에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항상 엄마와 같은 시간에 방문하여
항상 따뜻한 카페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곤 했던. 그 남자
매일 모자를 쓰고 오지만 바르게 생긴 이미지에 호감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사연과는 반대로 남자는 내게 관심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늘 해오는 생활 루틴
같은 것으로 보였기에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었고, 그 남자분은 엄마와 카페테라스 쪽에
앉아계셨었는데. 옆으로 지나가면서 남자분과 눈이 길게 마주쳤다.
그때 그건 시그널이었을까?
(내가 그 남자분께 호감을 느꼈기에 혼자 시그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좋았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눈을 빨리 피했는데
그 이후였을까, 좀 더 이후였을까.
항상 똑같은 시간에 방문해 같은 메뉴를 시키던 그와 그의 엄마가
몇 주째 방문하지 않고 있었다.
내심 언제 오실까를 기다리기도 하고, 궁금해하면서도 지내는 나를 보니
확실히 호감은 생겼었던 것 같다. 근데 바보같이 내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건.
진짜 바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표현 바보. 쑥스럼 바보.
그날은 남자분이 혼자 익숙한 모습으로 방문을 해주셨는데,
다른 점은 매일 오는 시간이 아니었더라는 점. 엄마와 함께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너무 궁금했으면서"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라는 말이 왜 이렇게 안 나왔을까.
왜, 오늘은 같은 시간이 아닌지부터. 왜 오늘은 혼자인지 궁금했으면서.
그렇다고 그 남자분이 "저 오랜만에 왔죠?" 이렇게 말하는 걸 기대하는 것도 이상한 거 아닌가.
그 남자분은 안부를 묻지 않는 내게 무덤덤한 얼굴로 메뉴를 주문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순간 마음이 너무.. 아쉬웠고, 나는 음료 준비를 하면서
그가 돌아와서 음료를 받을 때면 꼭 말해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했었다.
표정은 어떻게 할지, 이거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지
마음을 들키면 어쩌지 하고 계속 생각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상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 갑자기 손님이 몰려버리면서 그런 과정은 철저히 무너져버렸다.
게다가 최악인 건, 그 남자분이 주문한 메뉴를 제조하다가 실수가 생겨
오래 기다려야 되는 상황에. 손님들 메뉴까지 밀려버렸는데, 줄까지 서있다.
결국 그 오랜만에 본 남자분에게는 늦게 나온 음료를 부랴부랴 제공해드리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자
그분은 좋지 않은 표정을 하시고 나가버리셨다.. 마음이 참 안 좋았다.
그 이후 남자분은 다시 매장에 방문하지 않으셨고, 나는 한동안 그때의 내 모습이 답답해 힘들어했었다..
그때, 처음부터 제대로 말을 용기 내서 바로 했다면 모든 게 잘 풀렸었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던 그때의 내 마음과 상황이 이 사연을 들으면서 또다시 펼쳐졌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쉽게 감정을 표현하고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중요한 순간에 먼저 마음을 드러내는 게 말이다. 정말 후회된다.
다음에는 꼭, 솔직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부끄럼은 잠시 저 멀리 보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