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굠굠 Sep 19. 2021

고막 메이트 사연을 보다 생각나는
남자가 생겼다




소개되었던 사연은 26살 여자분이 보내신 내용이었고, 그 여자분은 

자주 가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잘생겨서 좋아졌고. 사귀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데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의 내용이었다.


솔루션 중  그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기억에 사연자가 남아야 하니 

매일 같은 시간대에 방문하고, 같은 메뉴를 시켜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다가

한 번은 텀을 두고 카페에 방문해보라고 패널이 말했다. 

그랬을 때 그 아르바이트생이 사연자에게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와 

같은 질문을 하면 그 아르바이트생도 사연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이 사연을 지켜보며 같이 설레 하던 나는, 그 남자가 바로 떠올랐다. 

작년에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항상 엄마와 같은 시간에 방문하여

항상 따뜻한 카페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곤 했던. 그 남자


매일 모자를 쓰고 오지만 바르게 생긴 이미지에 호감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사연과는 반대로 남자는 내게 관심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늘 해오는 생활 루틴

같은 것으로 보였기에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었고, 그  남자분은 엄마와 카페테라스 쪽에 

앉아계셨었는데. 옆으로 지나가면서 남자분과 눈이 길게 마주쳤다.


그때 그건 시그널이었을까?

(내가 그 남자분께 호감을 느꼈기에 혼자 시그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좋았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눈을 빨리 피했는데


그 이후였을까, 좀 더 이후였을까.

항상 똑같은 시간에 방문해 같은 메뉴를 시키던 그와 그의 엄마가 

몇 주째 방문하지 않고 있었다.


내심 언제 오실까를 기다리기도 하고, 궁금해하면서도 지내는 나를 보니 

확실히 호감은 생겼었던 것 같다. 근데 바보같이 내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건.

진짜 바보였기 때문인 같다. 표현 바보. 쑥스럼 바보. 


그날은 남자분이 혼자 익숙한 모습으로 방문을 해주셨는데,

다른 점은 매일 오는 시간이 아니었더라는 점. 엄마와 함께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너무 궁금했으면서"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라는 말이 왜 이렇게 안 나왔을까.

왜, 오늘은 같은 시간이 아닌지부터. 왜 오늘은 혼자인지 궁금했으면서.

그렇다고 남자분이 "저 오랜만에 왔죠?" 이렇게 말하는 걸 기대하는 것도 이상한 거 아닌가.


그 남자분은 안부를 묻지 않는 내게 무덤덤한 얼굴로 메뉴를 주문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순간 마음이 너무.. 아쉬웠고, 나는 음료 준비를 하면서 

그가 돌아와서 음료를 받을 때면 꼭 말해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했었다.

표정은 어떻게 할지, 이거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지

마음을 들키면 어쩌지 하고  계속 생각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상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 갑자기 손님이 몰려버리면서 그런 과정은 철저히 무너져버렸다. 


게다가 최악인 건, 그 남자분이 주문한 메뉴를 제조하다가 실수가 생겨 

오래 기다려야 되는 상황에. 손님들 메뉴까지 밀려버렸는데, 줄까지 서있다. 

결국 그 오랜만에 본 남자분에게는 늦게 나온 음료를 부랴부랴 제공해드리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자  

그분은 좋지 않은 표정을 하시고 나가버리셨다.. 마음이 참 안 좋았다.


그 이후 남자분은 다시 매장에 방문하지 않으셨고, 나는 한동안 그때의 내 모습이 답답해 힘들어했었다..


그때, 처음부터 제대로 말을 용기 내서 바로 했다면 모든 게 잘 풀렸었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던 그때의 내 마음과 상황이 사연을 들으면서 또다시 펼쳐졌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쉽게 감정을 표현하고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중요한 순간에 먼저 마음을 드러내는 게 말이다.  정말 후회된다. 

다음에는 꼭, 솔직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부끄럼은 잠시 저 멀리 보내버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