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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춘 Nov 26. 2020

설거지해주고도 욕먹는 남자,
아내가 무섭다

부부라는 것 <6>

“다시는 설거지한다고 나서지 마!
 왜 두 번 일을 시키는 거야?
 도와준다고 했으면 확실히 하던가.
 성의 없이 건성건성 했다는 것에 짜증이 나는 거야! “
 

아내는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참 성격이 불같다.
적어도 남자인 내가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를 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자기를 위해서였다는 것쯤은 알아줘 고맙게 생각했어야 했다.
그것은 설거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서다. 


나는 진심으로 아내를 돕고 싶었다.
밥 먹고, 치우고, 빨래하고 집 청소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잖은가?
아무리 애쓰고 힘들게 해도 티 나지 않는 자질구레한 일들...
그래서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들어오는 날엔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와
아내가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거들고 싶었다. 


우선 저녁밥 먹고 치우는 설거지일이다.
여자들 하는 일중에서 제일로 하기 싫은 일이란다.
내가 그 일을 도맡아 거들고 싶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비닐 수세미에 세제 묻혀 그릇이며, 접시며,
숟가락, 젓가락까지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수돗물 분사식으로 틀어놓고 여러 번에 걸쳐 개운하게 헹구어서
윤이 반짝반짝하게 마른행주로 닦아 그릇 담는 행거에 엎어 놓았다.
이것저것 남는 반찬 음식쓰레기에 집어넣고
밥찌꺼기 버려진 개수대 구멍까지 깨끗하게 닦아놓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힘들게 한 일은 모두 순식간에 헛수고였다.
아내는 닦아진 그릇들을 몽땅 개수대에 쏟아 부었다.
세제물이 잘 닦여지지 않아 얼룩이 졌다는 것이다. 


나의 실수였다.
그러나 내가 결코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 얼굴이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오르도록 무안을 주었다는 것에
내가 당황하고 화가 났던 것이다.
여자란 저렇게도 속이 좁은 것인가?

아내가 점점 무서워진다.
 

“어머? 당신 수고했네...
그러나 그릇에 세제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잖아.
그릇을 수돗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여러 번 헹구었어야 하는데...
남자니까 좀 어설퍼서 그런 거지?
다음엔 깨끗이 할 수 있지요? 호호호...“
 

이렇게 말했다면 얼마나 고운 정이 쏙쏙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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