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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춘 Jun 04. 2024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망각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투는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지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리는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글> 


이생진 님은 1929년생으로 올해 95세입니다.

1969년 현대문학 詩부문으로 등단하여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https://kangchooon.tistory.com/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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