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끄는 최현석 셰프, 받쳐주는 트리플 스타
얼마 전 시즌 1 최종화가 공개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는 육아로 지친 저와 아내에게 큰 힘이 되어 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요리 대결을 넘어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계급 전쟁'이라는 제목, 영화 기생충에서도 볼 수 있었던 상층과 하층의 구조의 도입부터 흥미를 느꼈습니다. 아직은 무명이었던 80명의 흑수저 요리사 분 중 20분만 선정하면서 유명 셰프인 백수저 요리사와의 요리 대결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입도 좋았습니다. 세트의 호쾌한 스케일과 각 요리사들의 서사를 담은 미션 선정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요리 대결이 아닌 요리 서사시를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6화부터 시작되는 두 번의 팀전을 특히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갈고 닦아 온 셰프들이 팀워크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다시 한 번 '부분의 합이 전체의 합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장교 생활과 사회 생활에서의 경험도 되짚어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리더가 되고자 오늘의 생각이 휘발되기 전 정리해 놓습니다.
팀 전은 크게 100인분의 요리를 만드는 첫 번째 미션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두 번째 미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두 미션에서 모두 최현석, 트리플 스타 셰프님의 리더십이 인상깊게 느껴졌습니다. 최현석님께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트리플 스타님께는 서번트 리더십이 돋보였습니다. 최현석님은 설정한 목표가 흔들리지 않고 과제를 완수 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으면서 팀원분들을 이끄셨고, 트리플 스타님도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끄셨지만 본인이 어떤 점을 더 도울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두 팀전에서 명확한 목표 설정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 명확한 업무 분장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설득: 팀원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분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억수르 기사 식당 레스토랑 운영 미션에서 김은 반드시 이모카세님이 구우셔야 된다고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정상급 셰프들이 모였는데 이모카세님의 장점을 명확하게 감지하여 작아 보이는 일이라도 팀의 목표에 일치시킨 리더십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리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반으로 갈라서 쓰자는 오더에 의문을 가진 에드워드 리 셰프님께 'Trust me'라는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하고 시간 내 100인분이 완성되도록 한 것은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알고 팀을 이끌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전략적인 팀 빌딩: 최현석 셰프는 레스토랑 운영 미션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 타겟팅에 맞춰서 팀을 빌딩했습니다. 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예상하여 매출로 승부하는 미션에서 독특하면서 객단가가 높은 메뉴를 개발하였고, 이를 위해 요리하는 또라이 셰프님을 영입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넘버 투를 지정하고 위임: 모든 일을 혼자 하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넘버 투에게 업무를 위임했습니다. 여러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경륜이 있는 장호식 셰프님께 메뉴 정리를 맡기시고 방출자 투표전에도 확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책임을 나누는 리더십으로 보였습니다.
- 오퍼레이션 능력: 최현석 셰프는 랍스터가 들어간 짬뽕을 주문 2분 내에 내 올 수 있었던 것은 "프렙의 힘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승리조건인 매출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테이블 회전율을 더 높이기 위해 준비 작업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고, 중간결과가 1등으로 나와도 최현석 셰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팀원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략을 완성한 건 팀원분들이라며 공을 돌린 것은 리더십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리플 스타 셰프는 최현석 셰프 보다 부드러우면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 실력으로 서포트: 팀을 이끌면서도 계속해서 팀원들이 부족한 부분을 라운딩하며 채워주며, 상황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본인의 뛰어난 채썰기 스킬로 팀원들을 도우며 권위와 서포트의 조화를 이뤄냈습니다.
- 업무 분배와 명확한 기준 제시: 고기팀전에서 승리를 위해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과 수용해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철가방 셰프님의 야채볶음의 퀄리티를 엄격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맛이 제대로 나오자 '이대로만 하시면 되요'라고 하면서 팀원들이 자신의 역할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팀원들을 참여시키는 운영 능력: 고기 미션에서 이모카세 팀원님의 채썰기 의견을 팀원분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받아들였고, 필요한 타이밍에 팀원들이 함께 모여 테이스팅을 진행하며, 혼자 결정을 내리지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두 리더십 스타일은 모두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겠습니다.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은 명확한 방향성과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으며, 트리플 스타 셰프의 리더십은 팀원들의 협력을 이끌고 자칫 좌절감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리더십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제 역할과 리더로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리더는 단순히 팀을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팀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와 책임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