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이 '워라밸'을 좇는 이유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이 화두로 떠올랐다. 나 또한 직장에서 견디기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우스갯소리로 동료들과 "전 '조용한 사직' 할래요."라고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기서 '조용한 사직'이란,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근로시간에만 일하고 초과근무는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뜻한다.
또 먼저 나서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보다는 회사에서 지시받은 일만 하는 등 주어진 일에 최소한의 책임만을 다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결국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직장인들의 신념이 담긴 신조어로 볼 수 있다.
'조용한 사직'에 관심 있어 하는 이들 대다수는 젊은 층이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딱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 직장인의 비율이 78.5%, 77.1%를 차지했다. 반면 40대(59.2%)와 50대(40.1%)로 갈수록 그 비율이 낮아졌다.
젊은 층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 열풍이 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열망이 과거보다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젊은 층이 왜 '워라밸'을 중시하게 됐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던 만큼 애사심도 강했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지 않은가.
그러나 요즘은 세태가 바뀌었다. 최근에는 '대(大)이직사회'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이직이 활발하다.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퇴사를 결심하고 이직할 수 있는 사회가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만큼 애사심이 높지 않다. 직장인들 역시 한 직장에 '올인'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또 자아실현의 기회를 직장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서 찾는 이들도 늘었다. 과거에는 승진에 집중하고 직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면, 이제는 승진에 연연하기보다는 운동을 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직장 내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도 물론 많다.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상사의 입장과 '근로시간 내에서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젊은 직원의 목소리가 상충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용한 사직' 열풍은 경쟁사회와도 연관 있을지 모른다.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아부어도 만족할만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청년들은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근무태도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아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제공해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