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쓰김그 Apr 18. 2021

부디 편히 잠드소서.

'집 건물에 불이 나서 급하게 물건 몇 개만 챙겨서 나왔어.'

작년 말, 아는 언니가 급하게 카톡을 보냈다.

깜짝 놀라 전화를 하니, 언니네 바로 윗집 스튜디오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자기 집에 불을 내고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자식이나 친척들 없이 평생을 혼자 사셨다고 하는데, 그의 유일한 노년의 낙이 매일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생처음 겪는 여러 차례의 봉쇄령 등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없게 되자 평소에 좋지 않았던 그의 건강이 나날이 나빠져만 갔고 결국, 할아버지는 자신의 보금자리에 스스로 불을 내고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등이 굽은 백발노인이 평생 살았던 몽파르나스의 작은 스튜디오, 한평생 밥을 해 먹은 냄비에 스스로 불을 지피고 자신의 인생을 버려야 했던 그의 마지막 날, 프랑스는 병원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339라는 숫자를 발표했다. <339>라는 숫자 안에 할아버지는 없었으리라.

며칠전 프랑스에서 코로나 발생 이후 누적 사망자가 십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같은 죽음은 세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다른 이의 추모를 받지 못하는 그가 다시 한번 생각이 나는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선택한 곳에서는 부디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게,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또한 코로나로 인해 우리를 떠난 많은 이들도 바라건대.

그곳에서 아프지 않고 평안하시기를... ....


작가의 이전글 여보, 우리 말을 똑바로 하기로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