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기에

by 강은솔

결혼을 결심하고 아이를 그리는 순간, 머릿속을 가장 먼저 채운 건 집이었다. 우리는 아직 남의 집 문을 열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아, 예산에 맞는 동네 분위기부터 익히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앱의 필터에 가진 돈을 입력하자 서울 지도 위 수많은 집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간신히 남은 몇 곳을 찾아가면 현실은 더 냉정했다. 유모차 하나 지나기 힘든 가파른 언덕, 대낮에도 어두운 골목, 고개만 돌리면 번쩍이는 술집 간판들. 성인인 우리 둘이라면 “불편해도 좀 참자” 하고 넘길 풍경이었지만, 내 아이가 자랄 곳이라고 생각하자 그 모든 풍경은 위협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출퇴근이 고되더라도 쾌적한 경기도 아파트로 갈지, 낡았더라도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을 고집할지. 무리해서라도 매매를 할지, 불안하지만 전세나 월세로 시작해 시드머니를 모을지. 정답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매일 밤 지도를 폈다 접었다한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 길거리에서 유모차에 탄 아기의 통통한 볼살만 봐도 시선이 멈춘다. 하지만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말로 무작정 아이를 낳을 수는 없겠지.


우리는 일단은 결정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잠시 미루기로.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대신 전세금 대출 이자와 월세 금액, 출퇴근 시간을 계산하는 건조한 대화들. 나는 이 팍팍한 과정이 싫지 않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현실적이고 묵직한 거 같다. 우리가 나누는 이 치열한 고민들이야말로, 가족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지 않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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