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by 강가든


어쨌든 지금 이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서, 이런 영화를 보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쨌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 대체 뭘 쓰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필요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달까. 나는 내 주변의 일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쓰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상적인 것들만 바라보고, 최대한 그러려고 애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 기자들이 하는 일을 나는 아마 못 할 거라는 생각을,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며 계속했다. 그리고 몇 달 전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나오던 그때 그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인데도 힘들었다. 그래서 또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현실이면 난 얼마나 쓸모없을까.


(자. 그래도 이런 밑도 끝도 없이 자책하는 마음은 집어치울 필요가 있다. 이러다 보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기 십상이니.)


영화는 그 정도의, 체험의 영화이다. 익숙한 배우의 얼굴이 나와도 그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고 “미국인? 그럼 어떤 미국인이냐”라고 묻는데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할 뿐이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은 지금 우리나라의 시국에 딱 맞는 영화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민주주의가 완전히 자리 잡은 나라가 두 편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나와 맞는 이야기라니. 정확히는, 미국에 내전이 계속되는 상황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가는 기자들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지난 한 달간 본 뉴스의 장면과 글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지금과 비교해 이 한두 가지만 달랐으면 이 영화 속 상황의 꼴이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두 시간의 체험으로부터의 공포는 더 현실감이 있다.


그러니, 일상적인 것들만 생각하고 쓰는 나를 자책하다 보니 이 영화 속 사람들에겐 저게 갑자기 일상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약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충격도 별안간 모두의 일상에 충격을 가하지 않았나. 도저히 못 본 척할 수가 없도록,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일상을 그야말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침투했다. 그걸 민주적인 방식으로 맞서는 시민들을 보고, 뉴스 라이브를 보고, 기다리고, 그리고 또 충격이 생기고, 애도하고, 또 자책하고, 또 고개를 흔들고.


그야말로 혼돈의 시국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영화처럼의 분열은 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도 아직 한다. 당연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맞서는 사람들과, 이 영화 속 기자들처럼 저널리즘을 믿는 사람들의 글과 영상을 좇으며 하는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끔, 아니 요즘엔 자주, 그리고 오늘 특히,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할만한 이야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두려움에 영화의 폭력성을 또 경계하면서도. 하던 이야기를 그저 계속하면서도.


제시 (케일리 스페이니)
리(키얼스틴 던스트), 조엘(바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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