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패트릭 브링리의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으며 내 일상, 짧게 스쳐 지났던 일과 사람들, 다른 영화들 등 떠오르는 생각들이 부분 부분 달랐지만, 특히 초반부를 읽으며 빔 벤더스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4)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생계 수단으로써의) 일을 하루하루 해 나가는 이야기.
이들의 일이란, 돈을 많이 벌지는 않지만 비교적 사람에 치이지 않는 시끄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들은 이 일에 책임감이든 자부심이든 직업 정신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아픈 이유로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패트릭 브링리의 이유는 사랑하는 형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의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분위기만이 암시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히라야마의 일상은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는 거의 똑같은 하루하루의 흐름을 타고 정성스레 흐르는 느낌이다. 그의 일상은 브링리가 미술관에서 일하던 기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링리는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며 예술로부터, 그리고 내내 서서 일하는 이 직업으로부터 앞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 안에는 동료들과 관람객들과의 무겁지 않은 대화들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자신만의 가족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퍼펙트 데이즈는 비슷하게 조용한 취향들로 둘러싸인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슬픔을 남겼고, 이 책은 슬픔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극복이라는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히라야마가 나아가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흐르는지에 따라 비슷해도 또 다를 테니 말이다. 이게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이 영화를 좋아하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 브링리와 히라야마가 보여주는 마음가짐의 모양.
브링리의 미술관 시절 다음의 이야기는 짧게 언급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아픔을 치유하며 나아갔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가 본 히라야마의 일상은 단지 짧은 기간이기에, 그의 다음 날과 또 그다음의 일상이 달라질지 아닐지는 우리의 상상으로 만들어진다. 똑같을 수도 있을 테고, 중반부에 앞으로 그의 일상이 아주 조금 뭔가가 달라질만한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나는 히라야마의 일상에도 또 다른 기쁨 몇 가지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침과 올드팝과 오래된 서점의 문고판 소설과 일 끝내고 마시는 약간의 술과 자연과 그걸 눈으로 카메라로 포착하는 것들 등에서 얻는 기쁨에 더해서 말이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하게 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두 작품이 자꾸 내 머릿속에서 연결되는 이유는 최근 본 작품이라서라는 것도 있겠지만, 브링리의 이 말로 설명된다. 아, 브링리가 옮긴 그의 동료 조셉의 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