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토요일)
네가 있는 곳이, 되게 익숙한 척해봤어?
내가 방금 그랬거든.
여기가 되게 익숙한 척을 해봤어.
(솔직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긴 해.
아니 사실 이런 적 아주 많아.)
나에게 진짜 익숙한 곳은 우리 동네뿐인데.
우리 동네 중에서도 내가 아주 자주 가는 곳들 말이야. 도서관, 영화관, 산책길, 카페 몇 곳 정도?
어쨌든 방금 또 이 동네를 산책하는데,
왠지 이 동네에 익숙한 사람인 척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이런 식으로 이 장소에 섞이려는 중이야.
먼저 태도를 내보이며 속이는 거지.
하지만 이러고 있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이려는 것일 수도 있겠네.
근데 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것 덕분인지 몰라도
나 여기가 이제 좀 익숙한 것 같아.
일단, 여기가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 느낌에 익숙해졌어.
그러면 그다음은 이제 진짜로 익숙해지는 거거든.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된 순간,
나는 다시 진짜로 익숙한 우리 동네로 다시 돌아가겠지?
괜찮을 ‘때’라는 건 꼭 이렇게 아쉽게 멈추더라.
근데 그걸 멈춘 건 대개 나였다는 걸 알아.
아 이제 멈추는 것 좀 멈춰야 하는데.
괜찮은 때가 오지 않네.
이것 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