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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든 May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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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토요일)


네가 있는 곳이, 되게 익숙한 척해봤어?

내가 방금 그랬거든.

여기가 되게 익숙한 척을 해봤어.

(솔직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긴 해.

아니 사실 이런 적 아주 많아.)

나에게 진짜 익숙한 곳은 우리 동네뿐인데.

우리 동네 중에서도 내가 아주 자주 가는 곳들 말이야. 도서관, 영화관, 산책길, 카페 몇 곳 정도?


어쨌든 방금 또 이 동네를 산책하는데,

왠지 이 동네에 익숙한 사람인 척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이런 식으로 이 장소에 섞이려는 중이야.

먼저 태도를 내보이며 속이는 거지.

하지만 이러고 있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이려는 것일 수도 있겠네.


근데 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것 덕분인지 몰라도

나 여기가 이제 좀 익숙한 것 같아.

일단, 여기가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 느낌에 익숙해졌어.

그러면 그다음은 이제 진짜로 익숙해지는 거거든.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된 순간,

나는 다시 진짜로 익숙한 우리 동네로 다시 돌아가겠지?


괜찮을 ‘때’라는 건 꼭 이렇게 아쉽게 멈추더라.

근데 그걸 멈춘 건 대개 나였다는 걸 알아.


아 이제 멈추는 것 좀 멈춰야 하는데.

괜찮은 때가 오지 않네.


이것 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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