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두 도시, 안녕

by 강고요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마지막 일정은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Art Gallery)으로 정했다. 숙소에서 그랩을 타고 20분 정도 달려 금방 도착. 사실 말레이시아가 미술 시장이 활성화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재밌었다.

<NUSA>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NUSA’는 땅, 고향, 조국이란 뜻을 가진 문학적 표현이라 한다. 전시는 동남아시아 소장품 전으로, 다양한 정체성 기반에서 조국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말레이시아가 다문화 국가로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설전 기획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개글엔, 초다양성이 다인종을 배경으로 어떻게 예술적 영감으로 작동, 표현되는지 고찰해 본다, 고 되어 있었다. 이를 염두에 둔 채, 작품 자체가 가진 조형적 힘도 주의 깊게 감상하며 한참을 둘러봤다.

예술은 물리적, 정신적 시대성과 예술성이 함께 녹아 재현되기에 그게 무엇이든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매력적인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전시 감상을 끝으로 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남은 건 마지막 점심 만찬.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란 몰에 있는 '파오시앙 바쿠테 Pao Xiang Bah Kut Teh'란 식당을 일부러 찾아갔는데,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인 바쿠테를 파는 곳이었다. 나의 높은 음식 장벽 때문에, 호불호가 없을 음식이라는 바쿠테를 택한 것이었는데 다행히 우리나라 갈비와 족발을 합친 듯 맛있었다. 함께 시킨 다른 음식들도 무난해서 잘 먹었다.

화려했던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 내부
가운데 있는 음식이 말레이시아 전통음식 '바쿠테'다.


배불리 먹고, 몰에서 쇼핑도 좀 더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정리하며 한숨 돌리니 이제 정말 공항에 갈 시간. 말라카로 다시 떠날 친구와 쿠알라룸푸르를 모두 뒤로 하고 홀로 공항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막히지 않을 시간으로 잘 택했다며 기사님께서 기분 좋게 말을 건네셨다. 한국 문화를 잘 아시는 듯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또 창문으로 보이는 노을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일찍 갔더니 공항에서 꽤 배회하다 느즈막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정말 안녕!


말레이시아 두 도시

사실 생각해 보면 나와 친구의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에선 코타키나발루로 가 휴양하거나,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몰들에서 쇼핑하거나, 애들 방학 때 한 달 살기로 영어를 배우고 돌아가는 곳으로 많이 활용하는 듯하다. 그렇게 보면 우린 차라리 어떤 목적이 있는 여행이라기보단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자체를 얕게나마 이해해 보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두 도시의 분위기는 무척 달랐지만, 다인종에서 비롯된 다문화적 특성은 똑같이 녹아있었다. 때문에 말레이시아를 갈 때,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좀 더 넓은 시야와 마음으로 말레이시아를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페낭에서의 여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부터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마천루 행렬과 그 사이 당당히 서 있던 종교, 역사적 건축물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색다른 풍경과 그 풍경의 의미를 눈과 마음에 잘 담아 온 여행이었던 것 같다.


말레이시아 두 도시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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