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시, 쿠알라룸푸르로

by 강고요

페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려면 페낭섬에서 배를 타고 페낭 육지로 간 다음, 같은 역사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 물론 비행기도 있지만, 올 때 비행기를 타기도 했고, 낭만적인 기차 여행도 즐겨 볼 겸 이 루트를 택했다. 항구가 숙소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 이동도 간편한 편. 짐이 있을 때 이런 가까운 거리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페낭섬 항구. 배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서서히 몰렸다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항구에 도착했다. 배 시간이 다가오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한켠엔 오타바이들도 줄지어 서 있었다. 배가 도착하자 먼저 배에 타고 있었던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내렸고, 기다렸던 오토바이들이 다시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다음이 사람들 차례.

육지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착한 역사는 버스역과 기차역이 함께있어 꽤 컸다. 일단 기차역 쪽에 가 있으려고 부랴부랴 캐리어를 끌고 갔는데 기차 플랫폼에 글쎄 에어컨이 없었다. 우린 두말없이 돌아왔다. 배가 고파 뭘 먹으려 했지만 먹을 데도 마땅치 않아 커피숍에 들어가 빈 시간을 때웠다.

배 타려고 대기 중인 오토바이들


승차 시간이 다가와 다시 기차 플랫폼으로 갔다. 여전히 더웠지만 어딘가로 떠난다는 기분은 새삼 더 들었다. 좋은 좌석으로 예약해 둔 우리는 맨 앞쪽 차량에 탔다. 짐은 짐칸에 따로 두고 널찍한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출발한 지 얼마 안돼 승무원이 도시락도 나눠 주었는데 비용에 포함돼 있는지 몰랐던 우리는 마침 배고프던 차에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두 번째 도시 쿠알라룸푸르로 출발.

도시락과 선물세트


기대했던 밀림 풍경은 사실 밀림 까지라기보단 울창한 숲 정도였는데,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초록 풍경이 꽤 좋았다. 중간중간 비도 내렸는데, 그때마다 기차가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도착 시간이 생각보다 꽤 불어날 듯싶었다.

잠도 잤다, 책도 읽었다, 음악도 들었다 하며 멈춘 듯한 시간을 느리게 즐겼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는 긴 이동 시간(특히 비행기나 기차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되는, 쉬어도 괜찮은 기분이 괜찮달까.

푸른 숲이 이어지던 창밖 풍경


예상시간 네 시간을 훌쩍 넘겨 거의 반나절만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그랩을 얼른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비가 오는 데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출발부터 꽤나 막혔다. 그렇게 창밖으로 보이는 쿠알라룸푸르의 첫인상은, 아, 페낭과는 다르구나! 완전 도시구나! 였다. 마천루가 곳곳에 이어지고 군데군데 역사적 건물들이 틈틈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천루 중에서도 쿠알리룸푸르의 랜드마크라 하면 단연 페트로나스트윈타워. 1998년 완공돼 이듬해 8월 31일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에 공개된 페트로나스타워는 지상 88층 지하 5층의 쌍둥이 빌딩으로 452미터 높이를 자랑한다. 2003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말레이시아의 자신감의 구현이자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의 도전 역시 상징한다고 한다. 이는 이슬람 아라베스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건물 외관 디자인에도 잘 드러난다.

마천루의 위용 그 자체였던 페트로나스트윈타워


우리가 예약해 둔 숙소는 이 페트로나스트윈타워가 특히 잘 보인다는 스타레지던스라는 곳이었다. 방이 두 개 있는 오피스텔 형식의 공간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한 방은 침대만 달랑 있었다. 사진만 보고는 알 수 없었던 부분. 다른 한 방은 옷장, 화장대, 그리고 두 개 붙은 침대까지 있어 큼지막했다.

잠시 정비를 마친 우리는 어디 가기엔 너무 늦어 수영장만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수영장은 저층과 고층 두 군데 있었다. 저층 수영장은 빽빽이 늘어선 빌딩숲 사이에 있어 숨 막힐 듯 색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한편 고층 수영장은 저층 수영장보다는 작았지만, 높은 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전망과 무엇보다 바로 앞에 있는 듯, 거대한 페트로나스트윈타워를 마주한 압도적 장면이 오묘하고 신기했다.

저층 수영장 풍경
고층에서 바라본 쿠알라룸푸르 전망
고층 수영장 풍경


저녁시간. 나가기 귀찮아진 우리는 시켜 먹기로 했다. 그랩 앱으로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인 락사(Laksa), 판미(Pan Mee), 나시르막(Nasi Lemak) 세 가지를 시켰다. 일층 데스크에서 음식을 받아 올라왔는데 열기도 전에 난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특유의 비린내가 너무 강했던 것. 페낭에서 맛있게 먹었던 나시르막 조차 다른 종류였던 건지 조금 힘들었고 한 가지만 괜찮았다. 친구는 괜찮다면서 맛있게 먹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게 문득 또 신기했던 순간. 한 가지는 먹을 수 있어서 적당히 배를 채웠다. 후식은 친구가 끓여준 차. 음식향으로 놀랬던 속을 좀 가라앉혔다.

그렇게 저녁을 해치운 우리는 느지막이 담소도 나누고 티비도 보며 도착 첫 날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위는 나시르막, 아래 왼쪽은 락사, 오른쪽은 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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