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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Nov 19. 2022

P2E “생화”를 기다리며

순수 게이머가 꿈꾸는 세상의 화폐

레스토랑 꽃병에 꽂힌 꽃이 생화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살짝 만져 본다. 만져보니 생화인 경우도 있고 진짜 같은 조화도 있다. 그런데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진짜 돈처럼 보이는 화폐가 예약테이블 위에 빙빙 돌고 있다. AR앱으로 확인해 보니 레스토랑 특정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심지어 오늘 먹고 싶었던 파스타를 주문할 수 있는 진짜 돈이다. 생태 화폐, ‘생화’ 였던 것이다. 환상의 화폐, 조작된 화폐 ‘조화’가 아니라 진짜 쓸 수 있는 화폐인 것이다.


레스토랑 파스타를 주문할 수 있는 진짜 돈, 생태화폐 ‘생화’는 알고보니 최근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 속에서 번 돈이었다. 게임에서 번 돈(P2E)으로 오늘 멋진 외식을 할 수 있다.


P2E 화폐는 게임의 “현질”과 반대이다. 현금으로 능력최대인 아이템을 사서 게임 속 강자가 되는 것이 현질이라면, P2E 화폐는 게임에서 번 돈을 현실 세계에서도 사용가능한 것이다. P2E가 합법인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 허락하겠지만, 게임 매니아, 진정한 게이머 중에는 P2E를 탐탁지 않게 보는 사람도 많다. 과도한 현질과 마찬가지로 P2E도 순수한 게임을 망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살짝 변경하면 P2E 화폐가 합법이 될 수 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수 게이머들도 P2E를 꺼려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즐길 수 있다. 돈 벌기 위해 게임하는 것이 아닌 P2E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임에서 번 P2E화폐가 현금화되지 않게 하면 된다. 지금처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 P2E화폐를 시도하지 않고 “생태화폐”로 P2E화폐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P2E화폐가 암호화폐처럼 현금화가 가능하고 거래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기존 경제 질서 유지 차원에서 걱정하고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P2E화폐를 만들면 된다. 게임에서 번 돈이 몇일 지나면 반이 사라지고 한달쯤 지나면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쓸 수만 있다면 빨리 쓰는 것이 유리하다.


사라지는 돈에 세금을 물리지 못한다. 사라지는 돈에 욕망을 불태우지도 않는다. 그냥 게임을 즐길 뿐이다. 그런데 게임밖 세계 현실에서 P2E 화폐를 받아 주는 가게가 있고 P2E화폐를 매개로 물물교환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달러, 위안화, 원화와 같은 현금의 굴레를 당분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현재 화폐를 대체하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아마 올 듯 하지만 그 이전에 권력형 정부와의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 그러니 P2E화폐를 암호화폐로 하는 기획을 잠시 미루고, 권력과 욕망이 타겟삼지 못하도록 사라지는 생태화폐를 게임 속으로 가져와야 한다. 게임 속 순수함을 유지하면서 현실 세계 속 화폐의 횡포를 살짝 빗나가 살 수 있는 여유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 누가 알겠는가? P2E생태화폐가 대안적인 기본소득 역할을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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