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자연은 한 끗 차이
매거진 공통적용 “기호”의 정의: 기호sign란 자신이 의미를 전달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 아이콘, 인덱스, 상징으로 나뉜다. 특별한 설명없이 딱 보면 알수 있는 것이 아이콘 기호인데 나무가 여러개 그려져 있으면 숲이라고 아는 식이다. 주식 사이트의 화살표와 숫자는 인덱스 기호인데 주식상황을 화살표와 숫자만으로도 물리적 연결을 통해 알 수 있다. 상징기호는 약속한 내용을 설명듣고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언어가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말하기 위해 산다. 행동해야 살 수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말 수가 적은 사람도 실은 제대로 말하기 위해 침묵을 택한 것이다. 말 하는 것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데 의미(意味)의 ‘미(味: 맛미)’는 선호하는 맛이다. 선호하는 뜻을 말로 타인에게 전달하여 동의를 받길 원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특성상 한정될 수밖에 없어 가치가 생긴다. 가치의 격, 가격이 높아진다. 의미는 기호를 타고 전달되니 말하는 것은 기호를 쓰는 것이다. 돈도 기호의 하나이므로 돈을 쓰는 것도 말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미도 물과 같이 고이면 썩는다. 쉼없이 흘러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물은 흘러 자연을 보여주고 의미는 흘러 문화가 된다. 물을 흐르게 하는 도구를 가늠하기 힘들어 자연이라 하지만 의미가 흘러 전달되는 도구는 뚜렷한데 인간이 만든 기호이다. 기호 글(文)이 흐르고 모여 만든 강과 바다를 문화(文化)라고 한다. 문화는 의미가 소통한 체계인 셈이다. 의미가 모이려면 기호가 필요하니 문화는 기호화 과정, 기호화 현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호는 자연스럽게 소통되기에 문화는 자연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사회는 성장하는가? 사회를 자연으로 본다면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 문화로 본다면 사회는 성장한다. 사회문화의 성장은 곧 기호의 성장이다. 기호들이 모여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사회라 할지라도 성장한 사회 모습은 그냥 또 자연이다. 성장하기 이전의 사회와 다른 모습이라도 자연은 자연이다. 다른 자연으로 성장한 것이지 자연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 동의를 얻은 의미의 전달 수단 기호들이 모인 문화는 성장한다. 때로는 학파, 때로는 주의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대표한다. 유학, 스토아학파, 합리주의, 낭만주의, 표현주의, 바로크 양식 등이 예이다. 이전의 문화 기반 위에서 확대되고 확장되고 깊어지는 것이라 믿기에 성장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모든 인류가 새로운 의미 만들기에 능통한 것은 아니다. 생존과 환경에의 적응에 성공한 사피엔스도 어려워한 것이 있으니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일상에서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를 갖는 가치는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사회가 보유한 한정된 가치를 경쟁해서 가지려 한다. 가치 소통의 도구가 기호이니 가치를 직접 모으기 보단 기호를 대신 모으는 경쟁을 한다. 돈을 향한 욕망은 한정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언제든 가질 수 있는 특권을 향한 욕망이다. 돈 하나면 모든 가치를 언제든 가질 수 있으니 돈을 향한 절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돈이 물질의 신이 된 문화의 단면이다.
폭주하는 성장 문화는 물신주의 문화일 뿐, 문화의 성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돈을 가치기준, 규범, 신용 등 이런 저런 모습으로 다양화시켜 양으로 경쟁하는 돈 물신주의 성장이 문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또한 문화라고 이해해야 한다. 돈이 文의 형태로 모든 사회문화를 지휘하고 있다. 시대의 문화 중 돈이란 기름기를 빼고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다.
인류가 가치를 욕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생존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난 후 왜 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다. 다만 가치가 한정되니 욕망끼리 부딪히고 경쟁이 생긴다. 욕망과 경쟁을 비판하면서 그마저 못하게 하면 인류는 생존보다는 진화란 자연현상을 걱정해야할 것이다. 욕망과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돈을 통해 경쟁이 분출되고 있다면 길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돈을 성장시킬 수밖에. 돈 기호가 자연의 모습을 갖게 하는 것이다. 돈이 생태 속 생명체처럼 흐르게 만들어 다른 차원의 경쟁을 사회가 가질 수 있다면 성장하는 문화와 자연은 평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