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다른 상징기호 전시공간
매거진 공통적용 “기호”의 정의: 기호sign란 자신이 의미를 전달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 아이콘, 인덱스, 상징으로 나뉜다. 특별한 설명없이 딱 보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 아이콘 기호인데 나무가 여러개 그려져 있으면 숲이라고 아는 식이다. 주식 사이트의 화살표와 숫자는 인덱스 기호인데 주식상황을 화살표와 숫자만으로도 물리적 연결을 통해 알 수 있다. 상징기호는 약속한 내용을 설명듣고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언어가 대표적인 예다.
자연은 목적성있는 활동들의 집합체이다. 목적성 없이 허투루 일어나는 일이 자연에는 하찮은 하나라도 없다. 아지랑이 가늘게 피어오르고 낙엽 하나 떨어지는 것부터 꽃이 피고 태풍이 대륙을 덮치는 일까지 자연에는 모두 목적이 있다. 목적은 단어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보는 과녁’이라 전달하고픈 의미가 분명하다. 의미의 전달은 기호를 빌어 발생한다. 자연 현상 하나를 보더라도 아이콘을 뽐내면서 하고픈 얘기를 모두 다 한다. 이렇듯 자연은 수다쟁이면서 멋쟁이라 의미전달을 위해 없는 것 없이 모두 갖추고 있다. 기호 전시공간이다. 그래서 자연에는 세간살이가 쩐다.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한참 있다.
거실의 세간살이 싹 없애고 큰 집 다른 공간 어딘가에 가져다 두면 거실은 미니멀이지만 미니멀리즘 집은 아니다. 거실은 전시관 같이 텅비어 깔끔하게 보이니 미니멀리즘 집으로 소개하고 싶겠지만 난센스다. 부엌 주방용품은 거의 없애고 작품 같은 접시와 컵 몇개 진열하고 식사는 근사하게 외식하고 또 주문해서 해결한다면 우리는 이를 미니멀리즘 부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외식하고 주문음식을 먹어 부엌이 비어있는 것이다. 성직자는 식사도 간단하게 해결하면서 옷가지도 계절별로 몇벌 정도만 있고 기도하고 공부하고 머리 뉘일 공간만 있지만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의미를 전달한다. 가장 간단한 몇가지 도구로 모든 진리의 말과 뜻을 전하니 미니멀리즘이라 이름할 만하다. 명품 옷방, 명품 가방, 구두 방이 따로 있으면서 거실과 침실이 텅 비어 깔끔하다고 해서 이를 미니멀리즘이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명품 보관공간을 따로 두고 집정리를 그냥 깔끔하게 잘 한 것이다.
무슨 “-주의(-ism)”를 붙이는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미니멀”이면 어떻고 “미니멀리즘”이면 어떻겠는가? 그 말도 옳다. 하지만 말은 올바르게 해야 오해가 없고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에 짚고 넘어가고 싶을 뿐이다. 지금 우린 기호를 공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화와 자연은 한껏 차이라고 말해 왔다. 자연의 모든 것에 목적이 있으므로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들의 무한대 그물망 조합을 이룬다. 빽빽하다 못해 너무 많은 목적성 의미전달 기호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자연은 텅빈 공간과 같아 보인다. 무한대는 빈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는 의미의 소통으로 이루어지고 성장하므로 기호가 분명하게 보인다. 기호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면 문화 자체가 형성 안된다. 그런 문화 속에서 온갖 기호로, 특히 상징기호로, 아니 상징 한참 위에 존재하는 명품상징으로 치장하고 살고 그 상징기호들을 집안 어딘가에 잔뜩 진열하고는 거실과 침실 속 세간살이 좀 정리했다고 미니멀리즘이 되지는 않는다. 명품 상징이 좋으면 그냥 명품”주의”로 살면 되지 왜 어줍잖은 미니멀리즘인가? 명품주의가 뭐 그리 부끄러운 일도 그들에게는 아니지 않은가? 명품 좋아하고 무슨 “-주의” 좋아하니 그냥 명품주의하면서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빨 빠진 머그컵, 삐걱거리는 나무의자, 칠 벗겨진 식탁, 더 이상 옷을 넣지 않는 자개농, 화장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 화장대 모두 그 집 가족의 추억, 가족이 함께 한 시간, 사용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영혼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지저분하다는 잔소리 들어가며 그 곳을 차지하도록 허락한다. 이제 다 커버린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오래된 곰인형과 너덜너덜해진 손떼 묻은 그림책이지만 청년이 된 아이가 집에 와 미소로 바라보는 눈길 하나 때문에 큰 박스를 차지하고 있게 두는 것이다. 지저분한 집은 이렇듯 추억이 담겼고 함께 한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상징의 대상들이 차지하는 공간인 것이다. 기호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잡다한 기호 자연주의로 장식된 가정인 셈이다. 명품 옷, 명품 백, 장식품을 잘 정리하느라 버려진 아이의 인형들, 옷방으로 대체되어 할머니의 자개농과 화장대가 사라진 텅빈 전시 공간의 이름으로는 고민해서 생각해 봐도 미니멀리즘 보다는 “명품 상징 전시주의”가 아무래도 더 맞는 “-주의(-ism)”인듯 하다. 수다쟁이 자연은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