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당 건축의 두가지 조화 양식

건축가가 의도한 조화

by 강하단

코로나 종식 후 유럽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성당에 가보고 싶다. 유럽 도시 여행에서 성당을 지나칠 수는 없다. 성당 건축은 종교적 성스러움의 표현인 동시에 건축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상적 구조물이기도 하다. 중세 성당의 거대한 천장 아치는 천국 방향을 가리키는데 성당에 발을 디딛는 순간 반자동으로 올려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순간, 아차하고 건축가의 의도에 말려들었음을 눈치채게 된다. 사기꾼에게 속은 것도 아닌데 어떤가. 기분 좋게 한방 먹은 것이다. 그리고 천장 아치에서 쭉 뻗어내려오는 거대한 기둥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온다. 성당 건축은 문자가 보급되기 전 시대 신성함과 신의 전능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목적으로 설계되어 건축된 것이다.


성당 건축가의 의도는 성당을 찾는 이들을 건물의 크기로 압도하여 위축시키기 보다는 공간의 신성함을 체험하도록 해준다. 건축가는 건축물과 내부 구성물을 배치할 때 실용적 목적과 함께 상징을 담고자 했을 것이다. 건축 양식에는 규칙인듯 규칙 없는 조화가 있다. 여러 다른 의도로 보이는 표현이라도 과하지 않게 다른 표현을 품는 조화다. 성당 건축의 기둥 하나하나가 보기에는 별개로 보이지만 아치형 천장, 스테인드 글라스, 조형물과 벽화 그림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어느 것 하나 떼어 놓고 보기 힘들어 진다.


성당 건축이 갖는 또 다른 조화는 건축물 안과 밖의 소리가 만나 생긴다. 성당 건축물 바깥 종탑의 종소리는 세상의 범인인 민중을 애타게 부른다. 땡그랑 거리는 무질서한 소리는 세상의 혼돈을 의미한다. 혼돈의 세상에서 서둘러 신의 품 속으로 오라고 외친다. 헤겔의 건축 미학 해석이다. 성당 안으로 지친 민중이 들어오면 신의 소리를 듣게 된다. 파이프 오르간의 성스런 울림과 성가대 천사의 목소리는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런 음의 조화는 성스런 음악 이전에 전달되었던 성당 밖 종탑에서 들렸던 혼돈의 소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건축가는 세상과 세계가 이어져 조화를 이루는 코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성스런 의미를 담는 성당건축물과 음악은 이제껏 얘기해온 기호와 다르지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눈치챌 수 있는 의미의 전달이므로 아이콘에 가까운 기호이다. 다만 건축가의 의도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든 이후에 느끼게 되는 성스런 경외감은 종교적 상징과 무관하지 않다. 이 또한 기호이다. 즉, 건축가는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주무를 수 있는 기호 디자이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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